[더파워 이경호 기자] 올해 첫 대형산불이었던 경남 함양 산불 방화 피의자가 과거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에서 17년간 90차례 이상 상습적으로 불을 질렀던 일명 '봉대산 불다람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함양 마천면 창원리 한 야산에 불을 지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 등)로 김모 씨(64)를 최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함양 산불은 축구장(7140㎡) 328개 면적인 산림 234㏊를 태우고 사흘 만에 소화됐다. 김씨는 함양 산불을 비롯해 지난 1월 29일 전북 남원 산내면 백일리와 지난달 7일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의 야산에도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봉대산 불다람쥐'는 울산시 등이 200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초까지 봉대산과 인근 마골산, 염포산 일대에 11차례나 산불이 잇따르자 ‘꼬리에 불이 붙은 다람쥐가 불을 옮기고 다니는 것 같다’는 의미로 김씨에게 붙인 별명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2009년 산불로 가장 삼림 약 27ha가 소실되자 김씨를 붙잡기 위해 행정·산림·소방당국은 봉대산은 물론 인근 염포산과 마골산을 입산 통제한 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매복·순찰조를 편성, 24시간 감시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당국의 이러한 총력 대처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씨는 유유자적 불장난을 이어갔고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좀처럼 잡히질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4월 신출귀몰하던 김씨가 시민들에게 최초로 목격됐다. 입산 통제된 봉대산에서 쓰레기를 줍던 환경단체 회원들이 자신들과 마주친 중년 남성이 화들짝 놀라며 착화탄과 라이터가 들어있던 비닐봉지를 버린 채 도망갔다고 울산 동부경찰서에 신고한 것.
목격자들은 해당 남성이 현대중공업 점퍼를 입고 있었다고 증언했고 경찰은 해당사업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씨가 떨어뜨린 내용물도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상당수 지문이 뒤섞여 증거물로써 가치를 상실해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다시 미궁에 빠졌던 산불 연쇄방화 사건 수사는 이로부터 11개월여 만인 2011년 3월 급물살을 탔다. 같은 달 12일 오후 7시경 마골산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직전 인근 H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남성의 모습이 잡힌 것이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이 CCTV 화면을 토대로 마골산 주변 10여개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 입구와 내부에 부착된 모든 CCTV를 샅샅이 뒤져 김씨를 찾아내는 성공했다. 경찰은 같은 달 24일 오후 5시경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앞에서 퇴근해 집으로 귀가하는 김씨를 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 1985년 현대중공업에 고졸사원으로 입사한 김씨는 평소 대인관계도 원만했고 무척 성실한 직원이었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같은 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2021년 3월 만기 출소한 뒤 고향인 함양으로 거주지를 옮겨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보고 희열을 느껴 충동을 참지 못해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1년 검거된 후 경찰조사에서도 “불을 내 연기가 피어오르고 산불진압을 위해 헬기가 출동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후련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병적 방화(Pyromania)와 충동 조절 장애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면서 "김씨 같은 사람은 불을 지르기 전 극심한 긴장감이나 정서적 고조를 느끼며,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볼 때 비로소 안도감이나 희열, 성취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면서 범죄 자체가 일종의 놀이나 게임처럼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