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가 제조 현장에 머물던 인공지능 활용 범위를 생산계획, 공급망 관리, 안전, 재고 운영 등 기업활동 전반으로 넓힌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산업 AI 솔루션’과 ‘AI 에이전트’ 사업 공동 출범식을 열고 제조 AI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제조업 AI 대전환을 뜻하는 M.AX의 적용 범위를 제조공정에서 기업 운영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제조기업, AI 전문기업 등 사업 참여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제조업이 AI 도입 효과가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로 직접 연결되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숙련자의 노하우를 AI와 결합하는 것이 향후 제조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AX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9월 10개 분과, 1000여 개 기관으로 출범했다. 올해 2월에는 산단 AX 분과를 추가해 150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11개 분과 체계로 확대됐다. 제조기업과 AI 전문기업, 산학연 기관이 제조업 AI 전환을 위한 협력망을 구축한 셈이다.
이번에 출범한 산업 AI 솔루션 사업은 검증된 AI 모델을 산업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AI 전문기업이 보유한 모델을 유사 제조공정에 맞춰 조정해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올해 예산은 128억원이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30여 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AI 솔루션 과제가 추진됐다. 철강 분야에서는 비전 AI 기반 철스크랩 분류 솔루션을 통해 등급 판정 일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위험 물질 사전 탐지를 통해 폭발 사고 리스크를 줄이는 성과가 확인됐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EV 배터리팩 용접·가공 공정에 AI 예지보전 솔루션이 적용됐다. 그 결과 72시간 내 이상 징후 조기 알림을 통해 설비 교체가 가능해졌고, 설비 가동률은 10% 향상, 불량률은 20% 감소한 것으로 제시됐다.
화학 분야에서는 필름 연신 공정의 결함 감지에 AI가 활용됐다. 검수 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30분 미만으로 줄었고, 판독 정밀도는 95% 이상 확보됐다. 조선 분야에서는 열교환기 품질 예측 솔루션을 통해 검사 시간이 30% 단축되고 납기 안정성이 1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로 추진되는 AI 에이전트 사업은 제조공정을 넘어 기업 의사결정 영역까지 AI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생산계획, 공급망 관리, 안전·환경, 제품설계 등 7개 전후방 연계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개발·실증한다. 올해 예산은 60억원이다.
AI 에이전트 사업 공모에는 90여 개 기업 수요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성우하이텍, 대덕전자 등 10개 기업이 최종 선정됐다. 산업부는 M.AX 얼라이언스 제조 서비스 분과와 협력해 현장 실증과 성과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핵심은 제조데이터 연계다. 산업 AI 솔루션 사업과 AI 에이전트 사업 모두 품질, 설비, 생산 등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산업부는 주관기관에 축적된 데이터를 사업 간 연계해 AI 모델 성능을 높이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KIAT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 포항테크노파크 등은 ‘제조데이터 연계 및 활용 촉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2025년 산업 AI 솔루션 사업에서 축적된 제조공정 데이터는 2026년 후속 과제와 AI 에이전트 사업에도 활용된다. 개별 과제의 성과가 다음 사업으로 이어지고, 데이터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제조 명장 암묵지’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숙련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고품질 제조데이터를 수집·관리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열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AI 전쟁의 승패는 결국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현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제조 현장을 넘어 경영 기획, 생산 관리 등 의사결정 영역으로도 M.AX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