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최병수 기자]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후 3시반에서 새벽 2시로 확대되고 뉴욕 월가, 영국 런던 등 해외에 위치한 금융기관들도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7일 정부는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기관 간에 거래하는 외환시장은 국내 금융기관만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 있는 외국 은행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외은지점(외국은행 국내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이어야 한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을 외환당국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일명,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로 명명, 이들이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반면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의 금융기관은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당국은 적정 유동성, 법인 등의 식별 정보, 의무이행 확약,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인지 여부 등을 바탕으로 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을 한국 시각으로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새벽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이던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이 10시간 30분 더 늘어나는 것이다.
매매기준율은 현재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기준으로 산출한다. 전체 시장평균환율 등은 시장의 자율 협의를 거쳐 제공한다.
정부는 은행권의 준비 상황,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추후 2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외환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역외시장에서의 현물환 거래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RFI의 은행간 거래 시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하도록 의무화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 시장관리 기능은 유지할 방침이다.
김 관리관은 "NDF시장에서 헷지펀드 등 투기세력을 제외한 글로벌 은행, 증권사 등 대형 기관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해 국내 외환시장을 ‘넓고 깊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목적의 기관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과거 선박수주 호황기에 조선사, 최근 해외 투자를 확대 중인 개인과 기관 등 한 방향의 거래유인을 가진 일부 수급주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거래도 활성화한다. 글로벌 시장에 보편화된 ‘대(對)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Aggregator)’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이 외환을 매매할 때 주거래은행을 통해서만 주로 거래를 했으나 앞으론 실시간으로 주거래 외 은행뿐 아니라 RFI 등 전 금융사가 제시한 호가를 보고 최적의 가격을 찾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내 외국환중개회사가 국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전자거래 인프라(API)’도 RFI에 제공키로 했다. API를 통하면 외국환중개회사, 은행, 대고객 전자플랫폼 등 분리된 시스템간 거래 정보를 실시간 교환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국내기관들의 외환 비즈니스 사업 기회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은행의 국내 진출 유인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우리 외환시장 접근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제고해나갈 것”이라며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