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올해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외국인 배당 지급과 해외 여행이 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상품수지는 7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3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7억9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전월보다 9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적자가 다시 발생하면서 1~4월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53억7000만달러로 규모가 확대됐다.
4월 경상수지 적자는 본원소득수지가 크게 쪼그라든 것이 영향을 줬다. 일반적으로 4월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 지급이 몰리면서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4월에는 본원소득수지가 30억~50억달러의 적자를 내왔다.
본원소득수지는 3월 36억5000만달러 흑자였는데, 4월엔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 중 배당수지가 31억5000만달러 흑자에서 5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수입이 증가하면서 12월 결산 법인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마이너스(-)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4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가 5억8000만달러 흑자였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첫 흑자다. 수출과 수입 모두 줄었지만 수입이 더 크게 둔화한 탓이다. 수출이 491억1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99억3000만달러(-16.8%) 줄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도체, 화공품,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은 65만4000만달러로 40.5% 줄었고 석유제품은 27.4% 줄었다. 철강제품과 화공품도 각각 15.7%, 12.8%씩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 수출은 5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9% 늘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수출이 60억9000만달러, 중동 수출이 16억5000만달러로 각각 9.9%, 31.3%씩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95억2000만달러로 26.5% 줄었다. 미국 91억8000만달러과 일본 20억7000만달러 수출도 각각 4.4%, 21.1% 줄었다.
수입은 485억3000만달러로 1년 전 대비 73억8000만달러(-13.2%) 감소했다. 원자재(-20.5%)와 자본재(-3.4%), 소비재(-6.7%) 수입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여행·운송·지적재산권 사용료 등의 거래를 포괄한 서비스수지는 12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전월(-19억달러)보다 축소됐다.
운송수지는 3월 2000만달러적자에서 4월 3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으며 여행수지는 해외 여행이 늘어난 탓에 전월 7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4월 5억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줄었다.
이전소득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전소득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대가 없이 주고받은 무상원조, 증여성 송금 등의 차이를 의미한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48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9억8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7억4000만달러 줄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7억5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53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로써 올 1~4월 누적 경상수지는 53억7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억1000만달러)보다 203억8000만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