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글로벌 원자재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2025 하반기 전망포럼’을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교역량 감소로 원자재 전반의 수요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하나증권
◆ 무역분쟁 여파에 원자재시장 전반 하락 압력… “수요 부진 심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다시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양국 갈등을 넘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글로벌 상품 교역량이 전년 대비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북미 지역에서의 수입 감소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전 세계 1인당 GDP가 역성장한 이후 약 9개월간 원자재 가격이 평균 25%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격 조정 폭은 무역협상의 지속 여부, 보복관세 강도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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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 사이클 짧아지고 진폭은 비대칭… "지역별 가격 분절화 뚜렷"
팬데믹 이후 원자재 시장의 가격 사이클은 과거보다 짧아지고 진폭은 커진 비대칭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기존에는 원자재 호황기가 평균 38개월, 불황기가 52개월이었으나 최근에는 각각 24개월, 23개월로 단축됐다.
또한 무역장벽 확대와 공급망 충격은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가격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자국 내 알루미늄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같은 세상, 다른 가격’ 현상은 원자재 시장의 분절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 원유 수요 둔화는 불가피… OPEC 증산이 변수
2025년 하반기 원유 수요는 1% 미만의 낮은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무역분쟁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40%를 상회하며, 이는 하루 약 45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를 지닌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신규 유정의 손익분기점(BEP)이 배럴당 65달러에 달해 추가 시추는 어려운 상황이다. OPEC+는 2024년 감산분을 2025년 9월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이며, 생산량 확대가 유가 조정폭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하나증권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핵협상의 향방에 따라 원유 수급 전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유가 하락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하나증권
◆ 금값은 상승세 유지… "달러 약세·안전자산 선호 지속"
전반적인 원자재시장 조정 흐름 속에서도 금(Gold)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금은 2024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 이상 상승하며 원자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하반기에도 귀금속의 상대적 선호도가 농산물, 산업금속, 원유 순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 가격 상승 배경에는 △무역분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달러 약세, △금리 인하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연간 1,000톤 이상을 순매수하며 금시장의 주요 수요자로 부상했다.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해 폴란드, 터키, 인도 등도 적극적인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
금은 전통적으로 미달러와 음(-)의 상관관계를 지니며, 미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금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하나증권은 하반기에도 미달러의 신뢰도 약화와 금리에 대한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금 과열 우려 있지만 상승 추세 유효”
최근 금 ETF 시장에는 북미,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도 유입 중이다. 다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주기적으로 출회될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하나증권은 “금값의 장기 상승에 따른 과열 논란은 있으나, 이를 반전시킬 만한 뚜렷한 트리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2025년 하반기에도 금은 여전히 매력적인 안전자산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