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산업 전망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제약·바이오 업종이 상대적으로 순항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배터리 등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와 공동 조사한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결과를 발표하며, AI와 에너지 정책 수혜 업종이 맑은 날씨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의 저가 공세 영향을 받는 업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 ‘맑음’ 예보 받은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이 견조하고, 메모리 가격 상승, 신규 IT 기기 출시에 따른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예고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AI용 저전력 디스플레이(LTPO) 기술이 적용된 고급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수출은 10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LTPO 패널은 일반 OLED보다 단가가 2.5~3배 높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 역시 미국 LNG 프로젝트에 따른 선박 발주 기대감과 새 정부의 ‘조선업 미래발전 5대 전략’이 긍정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프로젝트 확대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사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상반기 대규모 수출 증가에 이어, 하반기에도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 EU, 캐나다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완화 정책, 생물보안법 재추진, 정부의 ‘바이오 특화 펀드’ 등 정책적 지원도 호재로 꼽힌다.
◆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배터리 등은 ‘흐림’
철강 업종은 미국의 철강제품 50% 관세 부과와 중국의 저가공세로 이중고에 직면했다. 대체 시장인 아세안에서도 점유율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상반기 철강재 생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자동차 업종은 미국 내 관세 영향과 현지 생산 확대에 따라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24만 대로 전망됐다. 내수는 개소세 인하,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출이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톤당 219달러에 그쳐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내수 수요는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업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EU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60%를 넘기며 한국 업체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는 정부예산 조정법안(OBBB) 발효 시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져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섬유·패션 업종도 중국산 제품의 덤핑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기계 산업은 주요 수출국의 경기 둔화와 관세 정책 등의 대외 불확실성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 건설은 ‘회복 조짐’에도 여전히 먹구름
건설업은 일부 SOC사업 착수와 주택 공급 확대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흐름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올해 4월까지 누적 건설수주액은 53조2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으며, 특히 토목 부문은 정치 불확실성으로 42.2% 급감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국내 산업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새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파격적인 규제개혁과 유연한 산업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