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기준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 제도가 대기업집단의 절반 이상이 채택한 주요 지배구조로 자리잡았으며,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들은 ICT,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모험자본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CVC 현황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177개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며, 공시대상기업집단 92개 중 50개 집단(54.3%)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46개 집단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한 기업집단 내 자·손자·증손회사는 총 2462개에 달하며, 지주회사 1곳당 평균 14개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부채비율은 43.7%로 공정거래법상 한도인 200%를 크게 밑돌았으며,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도 각각 73.2%, 85.2%로 의무지분율(상장 30%, 비상장 50%)을 충분히 상회했다.
또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CVC 제도가 2022년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10개 지주회사 집단이 CV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산하 CVC는 총 14개사에 달한다. 특히 14개 CVC 중 11개는 제도 도입 이후 신규로 설립된 곳으로, 지주회사의 벤처 투자 의지를 반영한다.
이들 CVC 중 12개사는 총 71개의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며, 이 중 27개 조합이 CVC가 지주체제에 편입된 이후 새롭게 설립됐다. 지난해 신규 설립된 투자조합은 10개이며, 약정금액은 333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조합의 내부출자비중은 79.1%로, 지주회사의 유보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024년 한 해 동안 CVC 13개사는 121개 기업에 총 2451억 원을 신규 투자해 전년(1764억 원) 대비 38.9% 증가했다. 건당 평균 투자금액도 1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8% 상승했다.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도 271억 원으로 확대되며 CVC가 ‘모험자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업종은 인공지능(AI), 페이먼트 등 ICT 서비스가 19.5%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의료(17.0%), 기타 업종(15.5%)이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CVC 투자가 미래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으며, CVC 제도 역시 벤처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CVC 제도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사전 규율과 사후 점검을 병행하고, 지주회사의 내부거래와 출자구조 등에 대한 시장 감시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