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반면 내년에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세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제시했던 기존 전망(1.0%)보다 0.2%포인트 낮춘 수치다. 이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1.0%)보다는 낮다.
IMF는 지난해 10월 한국 성장률을 2.2%로 봤으나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연속 하향했다. 이번 전망은 IMF가 한국의 성장률을 처음으로 0%대로 제시한 것이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별도 설명자료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 하향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로 인해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사태의 여파로 내수가 위축되고,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하며 4월 전망치(1.4%)보다 0.4%포인트 상향했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완화적 정책 기조,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심리 회복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아난드 단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돼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보다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로, 미국의 실효 관세율 하락과 조기 선적 증가, 달러 약세, 주요국의 재정 확대 등이 반영된 결과다.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은 3.1%로, 0.1%포인트 상향됐다.
IMF는 선진국 그룹(41개국)의 올해 성장률을 1.5%, 내년은 1.6%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일본은 올해 각각 1.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유로존도 1.0%로 상향됐다. 반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률이 하향된 국가로 남았다.
다만 이번 전망은 미국이 오는 8월 1일로 예정된 관세 인상 유예를 연장할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이뤄졌다. 만일 관세가 실제 인상되면 세계 경기와 한국 경제 모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