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한여름 무더위가 정점을 찍으면서 삼복 보양식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삼계탕 한 그릇이 어떤 사람에겐 힘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겐 탈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이준희 교수는 “여름철 건강 관리는 단순히 열을 피하는 게 아니라, 체질에 맞는 생활 방식과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상의학에 따르면 사람의 체질은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 네 가지로 나뉘며, 각 체질은 기초 대사와 순환, 소화 기능 등에 차이를 보인다.
소음인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하고 소화기가 민감해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면 식욕 저하와 탈력감을 쉽게 겪는다. 찬 음식보다 따뜻한 음식이 맞는다.
반대로 소양인은 체내 열이 많아 외부 온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열이 많은 상태에서 삼계탕이나 갈비탕처럼 뜨겁고 진한 보양식을 먹으면 속열이 더 악화돼 두통, 불면,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태음인은 대사 속도가 느리고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부종이 생기기 쉬우며, 야식이나 과식을 피하는 게 좋다. 태양인은 여름철에 과도한 땀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체질로, 수분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보양식은 대표적인 여름 건강 관리법이지만, 사상체질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독이 든 밥상’이 될 수 있다.
이준희 교수는 “삼계탕은 소음인에게 이상적인 보양식이지만, 소양인에게는 열감을 더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체질에 따라 음식의 작용이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보양’이라 생각해 먹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양인에게는 체내 열을 식혀주는 돼지고기나 해산물, 전복 같은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 적합하며, 태음인은 율무·우유·소고기 등을 통해 수분 배출과 기력 회복을 도울 수 있다. 태양인이라면 포도, 문어, 메밀 등 가벼운 식재료 위주의 식단이 필요하다.
최근엔 사상의학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이나 자가진단 앱을 통해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교수는 “체질은 단순한 설문이나 인상으로 구별할 수 없다”며 “생활습관, 외형, 체온 반응, 질병 이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한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질을 잘못 판단해 오히려 여름철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어,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이준희 교수는 “건강한 여름을 보내려면 내 몸의 ‘기본값’부터 제대로 아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