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이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지면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폭염일에는 어린이의 감염성·피부·눈 질환 진료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연령별 맞춤 건강 관리와 야간 수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폭염 기간 동안 어린이의 질병 발생 양상과 기상 요인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4년간의 건강보험공단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폭염 시기 어린이 건강에 대한 종합 분석을 실시했다.
폭염 시기 지면온도·최저기온 상승 시, 어린이 감염성·피부·눈 질환 증가 경향
분석에 따르면, 폭염일의 어린이 하루 평균 진료 건수는 비폭염일보다 3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에는 어린이 인구 10만명당 폭염일 진료 건수가 188건에 달해, 14년 평균(93건)의 두 배를 넘겼다.
폭염일에는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8.3%), 피부 질환(7.4%), 눈 질환(7.0%)의 진료 비중이 비폭염일보다 각각 1.9%p, 1.6%p씩 증가했다. 연구소는 이와 같은 증가가 지면온도와 최저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면온도가 1℃ 오를 때 감염성 질환 진료 건수는 약 4% 증가, 특히 지면온도 25℃ 이상일 때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고온이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돕고, 지면에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하는 어린이가 더 많은 열과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최저기온이 1℃ 상승할 때 피부 질환은 2.5%, 눈 질환은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밤에도 기온이 높은 열대야 환경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염증·자극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어린이 진료 건수, 인구 감소에도 증가세… 2023년 최고치 기록
연령대별 질환 양상도 차이를 보였다.
0~4세는 호흡기 질환이 전체 진료의 69%를 차지하며, 감염성 질환(10.6%), 귀 질환(7.2%)도 주요 질병으로 나타났다. 5~9세는 눈 질환(10%), 피부 질환(8.4%), 외상(5.3%)의 비중이 증가했다. 10~14세는 눈 질환(16.7%), 외상(14.1%), 피부 질환(12.6%)이 두드러지며, 호흡기 질환 비중은 39.1%로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야외 활동 및 외부 자극 노출이 많아지고, 환경성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소는 질병 예방을 위해 연령대별 건강 관리와 함께 열대야 대응을 위한 수면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내 온도는 24~26℃, 습도는 40~60% 수준을 유지하고, 통기성 좋은 잠옷과 이불 사용, 전자기기 사용 자제 등의 수면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기온 상승과 폭염 빈도가 증가하는 만큼, 특히 체온 조절이 미숙한 어린이는 건강 피해에 취약할 수 있다”며 “폭염일의 건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생활 수칙과 환경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