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과거 주거용 시설을 금지했던 택지에서 민간 건설사 호반건설이 짓는 고가 오피스텔을 수천억 원에 매입하려 하면서, 정책 일관성과 공공성 훼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일 업계와 다수 언론에 따르면, LH는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9-1·2블록 상업용지에 건설 중인 오피스텔 336실을 약 330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최근 내부 심의를 통해 통과시켰다. 해당 오피스텔은 호반건설이 2019년 약 2539억원에 LH로부터 매입한 부지에 들어서고 있으며, 준공 후 LH가 전량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부지는 본래 LH가 매각할 당시 “주거용 오피스텔 불허” 조건을 명확히 달았던 곳이다. 당시 교육당국이 과밀학급 우려를 이유로 주거시설 입주를 제한했고, 이에 LH는 업무시설 용도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여 매각했다. 그로부터 6년 만에 LH는 스스로 그 조건을 뒤집고, 해당 부지에서 건설 중인 오피스텔을 되사들이려는 것이다.
실제 매입가는 1실당 10억원이 넘는 고가 수준이며, 입주자 보증금도 5억원 이상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결정이 사실상 민간 건설사의 사업 실패를 공공이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공공택지를 분양한 기관이 스스로 불허 방침을 번복해 민간 건설사의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해주는 것은 명백한 공공성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부지는 낙찰 이후 오랫동안 방치돼 왔으며, 호반건설은 최근에서야 LH에 신축 매입약정 방식으로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주택 정책을 통해 민간의 잘못된 사업을 구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H는 “정책 여건과 지역 수요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스스로 설정한 원칙을 뒤집은 점, 고가 오피스텔을 공공주택 명목으로 매입하는 점 등에서 여전히 해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국토교통부 차원의 감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공공택지 개발의 근본 목적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