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8일 ‘이천포럼 2025’ 개회사에서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 모든 과정은 SK의 과감한 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천포럼은 SK그룹의 대표 변화추진 플랫폼으로,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오는 20일까지 AI 혁신, 디지털전환(DT),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곽 사장은 지난 2016년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지난 몇 년은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변화의 중심에는 AI 혁신이 있으며, 이는 기존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전기 절감을 위해 형광등을 빼고 임직원이 무급휴가와 급여 반납을 감내해야 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은 SK와 손잡은 이듬해 이뤄낸 성과였다”며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최태원 회장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해 과감한 자금 투입과 대규모 설비 투자로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재계는 SK하이닉스의 부활을 최 회장의 선구안과 리더십 덕분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단기 실적에 집중할 때,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와 AI 반도체 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곽 사장은 이날 SK그룹의 핵심 가치인 ‘수펙스(SUPEX)’ 정신과 사자성어 ‘지불시도(智不是道)’를 언급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이 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두려움도 있지만, 위기 속에서도 HBM을 만들어낸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AI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AI는 그룹 도약의 원동력”이라고 선언했고, 지난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7조원을 투자,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SK하이닉스 HBM 기술이 적용되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구축과 운영을 맡는다.
총 6만 장의 GPU가 투입되는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 1단계 준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향후 1GW급 규모로 확장해 동북아 최대 AI 허브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이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7만8000명 이상의 고용과 25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