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과민성장증후군(IBS)과 식중독은 증상이 유사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달라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26일 밝혔다.과민성장증후군은 특별한 기질적 이상 없이 복통과 설사·변비·복부 팽만감이 반복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습관, 스트레스, 생활습관, 장-뇌 신호전달 이상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감염성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반면 식중독은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주로 48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복통, 설사와 함께 구토·발열이 동반되며, 집단 식사 시에도 개인별 면역 상태에 따라 증상 유무가 다를 수 있다.
최영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변비형, 설사형, 혼합형, 미분류형으로 나뉘며 증상이 심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반복되는 복통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배변과 관련된 증상이 동반되면 기능성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법도 차이가 있다. 식중독은 대부분 수분·전해질 보충과 휴식으로 회복되며, 심한 경우 항생제·지사제를 사용한다. 반면 과민성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완하제, 장운동 조절제,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 약제 등을 사용하고, 뇌-장 신호체계 조절을 위해 저용량 항우울제, 인지행동치료, 프로바이오틱스가 활용되기도 한다.
예방 역시 다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저(低) FODMAP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 식중독은 특히 더운 계절에 해산물 등 날음식을 피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섭취하며 오래된 음식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콩류·유제품·밀가루·탄산음료 등 발효성 식품을 줄이고 음식일지를 작성해 본인에게 맞는 식단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무더위가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고, 복통·설사 증상이 반복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