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민진 기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범죄의 약 3분의 1이 ‘그루밍(grooming) 기법’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SNS, 채팅앱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청소년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스스로가 연애 관계로 오인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범죄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사례로, 2022년 인천지방법원은 경제적 지원과 선물 제공을 통해 미성년자와 신뢰관계를 쌓은 뒤 성적 행위를 강요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가해자에게 종속되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자발적 동의가 아닌 그루밍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우리 사법부가 그루밍 수법을 단순한 ‘관계 유지’가 아니라 명백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그루밍 범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7조에 따라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권력, 지위, 경제적 이익을 이용해 성관계를 유도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하며,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리적 지배 상태에 놓였는지, 경제적·정서적 지원이 범행의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이 범죄 유형의 특징은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이를 명확히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연애’, ‘보호자 역할’ 등을 빌미로 접근해 신뢰를 쌓고, 피해자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간다. 따라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함께 대화 기록, 송금 내역, 선물 제공 정황 등 주변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 법률 지원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접근금지 명령, 증거보전 신청, 피해자 진술 조력인 제도 등은 피해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절차다. 동시에 피의자 입장에서도 진술 방향과 증거 대응이 사건 결과에 직결되기 때문에, 양측 모두 법률적 조력이 절실하다.
그루밍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권력 불균형을 이용한 심리적 지배다. 피해자는 즉시 법률적 절차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가해자는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도움말: 법무법인오현 유경수 성범죄전문변호사
민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