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준욱 교수와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정호상 교수 공동 연구팀이 타액(침) 검사만으로 두경부암을 98%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비침습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울성모병원·고려대학교·한국재료연구원이 공동 수행했으며, 국내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AI 알고리즘과 첨단 재료공학을 결합한 진단법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두경부암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흔한 암으로,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80% 이상이지만 진행암 단계에서는 40% 이하로 급감한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미미하고 기존 내시경·조직 생검의 한계로 조기 진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팀은 혈액 대신 타액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흑연의 구성 물질인 그래핀을 이용해 금 나노코랄(산호형 금 나노구조)을 성장시킨 고감도 센서 기판을 제작했다. 이 기판은 분자 흡착 능력이 뛰어나 타액 내 극미량의 대사물질을 정밀하게 검출할 수 있으며, 세척 후에도 신호의 67% 이상을 유지하는 안정성을 보였다.
AI 분석을 통해 타액 속 70종의 대사물질 중 39종을 참조 데이터로 삼고, 이 중 두경부암 특이적 바이오마커 15종을 최종 도출했다. 주요 대사물질로는 티오시아네이트,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타우린, 푸코스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해당 물질들이 염증·산화 스트레스, 세포 증식, DNA 합성 등 암의 병리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두경부암 환자 25명과 건강 대조군 25명의 타액을 분석한 결과 이 AI 플랫폼은 **특이도 100%, 민감도 96%, 정확도 98%**를 기록했다. 판별 지표인 AUC는 0.999로, 환자와 정상인을 거의 완벽히 구별했으며, 5회 반복 검증에서도 평균 정확도 93% 이상을 유지했다.
박준욱 교수는 “복잡한 생검 없이 타액만으로 두경부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로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추후 대규모 임상을 통해 실질적인 진료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상 교수는 “그래핀의 흡착 특성과 금 나노구조의 플라즈모닉 효과를 결합해 타액 내 미량 대사물질을 초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었다”며 “이 기술은 다른 질환의 바이오마커 발굴에도 확장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