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금융 시스템의 취약 수준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 금융기관 부실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11일 올해 3분기 금융취약성지수가 32.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취약성지수는 2분기 31.9보다 1포인트 높아졌으며, 지난해 4분기 28.6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기 오름세다. 이 지수는 신용 축적, 자산 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 주요 지표를 종합해 산출하며,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늘거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를 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7%로, 1분기 말(89.4%)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2분기 이후 15분기 만의 상승이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후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점도 지수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월 기준 100.984(2022년 1월=100)로, 2022년 9월 이후 처음 1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연속 상승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악화 조짐을 보였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3분기 말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된 대출)은 18조349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이며,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9조2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0%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금융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금융 여건 완화가 시차를 두고 취약성 지수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가 4200선을 돌파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열기가 다시 불붙으면서 올해 4분기에도 금융취약성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은 한 주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