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이 1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때 ‘0% 성장절벽’ 우려가 제기됐던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1.8% 성장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출이 둔화하겠으나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 내년을 1.8%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8월 발표한 수정 전망치(올해 0.8%, 내년 1.6%)보다 각각 0.1%포인트(p), 0.2%p 상향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확장적 예산 편성이 성장 경로를 개선시켰다는 판단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았고, 내년 정부 예산안도 확장적으로 편성되면서 성장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이 1.0%에 못 미친 0.9%로 제시된 데 대해 정 부장은 “3분기에 큰 폭으로 성장했고, 소비쿠폰 등 정부 재정 지원이 집중된 만큼 4분기에는 일시적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경기가 나빠진 것은 아니며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건설업 부진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제조업·서비스업 개선과 소비 증가로 내수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반도체 투자 확대와 소비 회복이 이어지지만, 미국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시장금리 하락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올해 -9.1%에서 내년 2.2% 증가로 전환될 전망이다. 반면 수출 증가율은 올해 4.1%에서 내년 1.3%로 낮아지고, 하반기에는 -0.2%로 마이너스 전환될 것으로 봤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 무역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수출이 감소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회복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1%와 유사한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경기 개선세에 맞춰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점차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매년 GDP 대비 4%를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은 연평균 2.2%포인트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KDI는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장기화되면 재정적자 흐름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저출생·고령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세·재정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통화정책은 경기 부진 완화와 물가 안정세를 감안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KDI는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과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물가가 안정목표(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금융기관 리스크를 점검하고, 필요시 안정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