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급성 뇌경색 환자에서 혈관 재개통 이후 저체온치료를 시행해도 2차 뇌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팀은 국내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세계 최초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재관류 치료를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증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급성 뇌경색은 뇌로 가는 경동맥이나 뇌 내부 혈관이 혈전(피떡)으로 갑작스럽게 막히는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질수록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긴 뇌세포가 괴사해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혈류를 복원하는 재관류 치료가 핵심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술로 혈관이 다시 뚫린 뒤에도 문제가 남는다.
갑작스럽게 혈액이 재공급되면서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한꺼번에 분비돼 뇌세포를 다시 파괴하는 이른바 재관류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유증은 예방법과 예측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아 뇌경색 치료의 난제로 꼽혀 왔다.
이 같은 재관류 손상을 줄이기 위한 유력한 방법으로 저체온치료가 제시돼 왔다. 저체온치료는 뇌손상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낮춰 뇌 대사를 떨어뜨리고, 그 사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리다. 이미 심정지 후 소생한 환자에서 재관류성 뇌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돼 전 세계적으로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뇌경색 환자에게 적용하는 저체온치료는 심정지 환자와 달리 효과와 시행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기존 연구도 목표 체온과 유지 시간 등이 통일되지 않은 후향적 관찰 연구에 그쳐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한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재관류 치료를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뇌경색 발병 후 8시간 이내 혈관이 재개통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48시간 동안 35℃의 저체온을 유지하는 치료군과 일반 치료군으로 나눠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저체온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가 기관삽관이나 인공호흡기 없이도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며, 심박수 감소 등 부작용도 의료진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고됐다.
임상적 예후는 저체온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향후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재관류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치료를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방식으로 입증해, 향후 맞춤형 치료 가이드라인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문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 재개통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를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며 “미국, 유럽 등에서 활발히 시행되는 치료법인 만큼, 본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저체온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졸중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로 꼽히는 ‘스트로크(Stroke, IF 8.4)’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