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백화점·대형마트 입점 중소기업이 매출의 5분의 1 넘는 수수료·마진을 유통업체에 내는 가운데, 일부 점포에서는 판매액의 최대 40%까지 떼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월22일부터 10월24일까지 백화점·대형마트에 입점한 중소기업 900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오프라인 대규모유통업체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화점 특약매입·임대 거래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23.7%, 대형마트는 20.5%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갤러리아·롯데·신세계·현대·AK플라자 등 백화점 5개사 입점 업체 500곳과 롯데마트·이마트·하나로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4개사 입점 업체 400곳이다. 거래 방식은 유통업체가 외상으로 상품을 가져가 판매 후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주는 특약매입, 입점 업체가 매장을 임차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임대, 유통사가 상품을 직접 사들여 파는 직매입 등으로 나뉜다.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중기중앙회 제공
백화점에서는 특약매입 비중이 67.2%로 가장 높았고, 매장 임대 25.8%, 직매입 21.4%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직매입이 76.3%에 달했고, 특약매입 22.0%, 임대 3.7%로 집계돼, 마트는 ‘직매입-마진’ 구조, 백화점은 ‘수수료’ 구조 중심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약매입·임대 거래에서 입점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 23.7%, 대형마트 20.5%였다.
수수료율이 특히 높은 곳은 백화점이다. 개별 업체가 응답한 최고 판매수수료율은 신세계백화점이 38.0%로 가장 높았고, 롯데백화점 36.0%, 갤러리아백화점 33.0%, AK플라자 30.0%, 현대백화점 26.0%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생활용품·잡화와 의류에서 수수료율이 가장 높게 형성됐다. 대형마트의 최고 판매수수료율은 이마트·하나로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모두 25.0%로 동일했다.
브랜드별 평균 수수료 수준도 만만치 않았다.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갤러리아가 24.0%로 가장 높았고, AK플라자 23.8%, 현대백화점 23.7%, 신세계백화점 23.6%, 롯데백화점 23.5% 순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21.6%, 롯데마트 20.1%, 홈플러스 19.6%, 하나로마트 18.6%로 나타났다. 최저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과 마트를 통틀어 롯데 계열에서 10.0% 수준이라는 응답이 가장 낮았다.
직매입 거래에서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마진율도 높은 수준이다. 조사에 따르면 유통업체 평균 마진율은 백화점이 23.9%, 대형마트가 20.4%였고, 특히 대형마트의 직매입 마진은 생활용품·잡화와 식품·건강 제품군에서 가장 높았다. 개별 업체 기준 최고 마진율은 홈플러스가 40.0%로 가장 높았고, 롯데마트 35.0%, 이마트·하나로마트 25.0%였다. 백화점에서는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가 30.0%, AK플라자 26.0%,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 25.0%라는 응답이 나왔다.
유통 환경 변화가 입점 업체의 매출과 경영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입점업체의 37.5%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했고, 증가했다는 응답은 21.5%에 그쳤다. 응답업체의 56.8%는 온라인 시장 성장 등 유통 생태계 변화가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온라인 유통 확대를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은 비율(29.5%)이 증가 요인으로 본 비율(13.8%)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특히 생활용품·잡화 판매 업체(93개) 가운데 34.4%는 온라인 유통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점포 폐점과 유통망 축소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 입점업체의 7.8%는 지점 폐점 및 유통망 축소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마트별로는 홈플러스(12.9%)와 이마트(10.0%) 납품업체의 피해 경험 비율이 롯데마트(2.3%)와 하나로마트(3.7%)보다 높았다. 피해 유형은 거래처 종료(54.8%), 신규 판로 확보 어려움(19.4%), 물류·납품 일정 차질(9.7%), 정산 지연(6.5%) 등이었다.
불공정 거래나 부당 행위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은 백화점 0.2%, 대형마트 1.2%로 낮게 나타났지만, 입점 업체들은 수수료율·판매분 배분 비율의 계약 기간 중 변경, 판촉·행사 참여 강요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수수료와 마진뿐 아니라 판촉비, 인테리어비, 물류비 등 전반적인 ‘거래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답한 비율도 백화점 입점사 11%, 대형마트 입점사 17%에 달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온라인 시장 확대와 오프라인 유통망 축소가 중소기업 매출 감소와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구조 변화 과정에서 입점업체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관리·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는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