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대규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는 KT가 차기 리더십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3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내부 출신과 외부 전문가가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다. 주형철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될 경우 김영섭 현 대표에 이어 2기 연속 외부 인사가 KT 수장을 맡게 된다. 반면 박윤영 전 사장이나 홍원표 전 대표가 낙점되면 구현모 전 대표 이후 다시 ‘KT맨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최종 후보로 오른 인사는 내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박윤영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한 뒤 미래사업개발, 글로벌사업, 기업사업부문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정통 KT맨’이다.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기업부문장(사장)에 오른 기업간 거래(B2B) 전문가로, 내부 사정에 밝고 조직 안정과 내부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위기 수습형 리더로 평가된다. 다만 일반 소비자 대상(B2C) 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AI 기반 대고객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인 KT의 전략 방향과 맞물려 약점으로 거론된다. 그는 2020년과 2023년 대표이사 공모 때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홍원표 전 대표는 1994년 KT에 입사해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전무)을 지낸 뒤 2007년 삼성전자로 옮겨 삼성SDS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SK그룹의 사이버보안 계열사인 SK쉴더스 대표를 맡으며 ICT·보안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KT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회사를 떠난 지 시간이 상당히 지난 만큼 현재 조직 문화와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평가가 엇갈린다.
SK텔레콤 출신인 주형철 전 대표는 KT 경력이 전혀 없는 완전한 외부 인사다. SK텔레콤과 SK C&C 등에서 ICT 분야 임원을 지냈고,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약 4년간 재임했다. 이후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경기연구원장 등 공공기관 수장을 거쳤으며,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먹사니즘본부장’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재직 시절에는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주 전 대표 측은 당시 고객정보보호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사고 수습을 총괄했다는 입장이다. 정권과의 연결성이 강하다는 점은 정책 이해도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부담 요인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KT가 최근 무단 소액결제 사고와 서버 해킹 등 연이은 보안 이슈로 신뢰가 흔들린 만큼, 차기 대표 선임 기준에서 보안 대응 역량과 인공지능(AI) 경쟁력, 신사업 동력 확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수장은 위기 수습과 경영 정상화, AI·클라우드 등 미래 사업 재정비까지 동시에 떠맡는 ‘중책’을 안고 내년 3월 출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