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KT 차기 대표를 놓고 내부 출신과 외부 전문가의 경쟁이 이어진 가운데 30년 넘게 KT에서 성장한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이 삼수 끝에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KT는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과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박 전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의결했다. 이추위는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외부 인선자문단 평가,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회복 및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 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1962년생인 박 내정자는 199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몸담은 ‘정통 KT맨’이다.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 본부장(전무),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기업부문장(사장) 등을 거치며 통신·B2B·디지털전환(DX) 핵심 사업을 두루 관장했다. 서울대 토목공학 학·석·박사 출신으로,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과 한국공공안전통신협회 회장을 지내며 ICT 산업 전반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2020년과 2023년에도 대표이사 최종 후보군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친 바 있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 끝에 대표이사 최종 후보 자리를 거머쥔 셈이다.
박 내정자가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경우 김영섭 현 대표의 뒤를 이어 3년 임기 동안 KT를 이끌게 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액결제 해킹 사태 수습이다. 지난 9월 KT 해킹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김영섭 대표가 책임을 지고 연임 도전을 접으면서 후속 대책 마련의 무게추는 차기 대표에게 실릴 전망이다. KT가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조기에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킹 여파로 주춤한 인공지능(AI) 및 디지털전환(DX)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4조6000억원 규모의 AX(AI 전환) 사업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으나, 보안 리스크 부각으로 전략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점도 AI 경쟁 구도에서 만회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사회는 박 내정자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DX·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내정자는 심층 면접 과정에서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 이행을 강조하며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박윤영 내정자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2026년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되며, 취임과 동시에 보안 리스크 수습과 AI·DX 전략 재가동, B2B 성장 동력 강화 등 굵직한 숙제에 착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