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국제 연료비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또 한 번 동결된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2026년 1~3월)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인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은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의 최근 3개월 평균 가격을 토대로 분기마다 kWh당 ±5원 범위에서 조정된다. 한전은 2022년 3분기 이후 국제 연료비 변동과 관계없이 연료비 조정단가 상한선인 +5원을 계속 적용해 왔다.
최근 3개월 연료비 동향을 반영해 산출한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제도상 한도 적용 전 기준으로는 kWh당 -13.3원 수준이다. 연료비 조정단가에는 분기당 ±5원의 상·하한이 걸려 있어 산정값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실제 적용 가능한 단가는 -5원까지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반영되지 못한 연료비 조정분과 한전의 재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분기에도 현행 상한인 +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1~3분기 한전의 누적 영업이익은 국제 유가 하락과 연료비 안정에 힘입어 11조5000억원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2022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는 여전히 23조원가량 남아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5조원으로 집계돼 재무구조 개선 과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 결정에는 이러한 재무 상황과 과거 미반영 연료비 부담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 만큼, 향후 전기요금 조정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다른 요금 항목의 개편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는 요금 총액 조정보다는 요금 구조 개편에 방점을 두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계시(계절·시간대) 요금제를 낮에는 할인, 밤에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내년 1분기 가정용 전기요금은 11분기 연속, 산업용 전기요금은 5분기 연속 동결이 이어지게 됐다. 한전은 “정부로부터 4분기와 동일한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하라는 통보와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철저히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재무 개선과 요금 체계 개편 작업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