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최근 텔레그램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 환전 알바'를 모집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무 내용은 언뜻 단순해 보인다. 본인의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테더를 구매한 뒤, 지정된 지갑 주소로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일당 수십만 원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청년들과 주부들이 너도나도 발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알바의 실체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과정에 가담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법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해외 조직에 송금한 30대 남성 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재판 과정에서 “단순한 환전 업무인 줄 알았으며 범죄 공모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범죄조직의 자금 흐름을 은닉해 피해금 환수와 범죄자 추적을 어렵게 하고 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또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또 다른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사례도 있는 등 사법 당국의 처벌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연루자들은 수사기관에서 “범죄인지 전혀 몰랐다”, “단순 환전 업무로 알고 참여했을 뿐”이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이 법적 방어 논리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형사 실무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필적 고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범죄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비정상적인 거래 방식과 과도한 고수익 제안을 고려할 때 자신의 행위가 불법에 이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기 사건을 다수 다뤄온 법률사무소 스케일업 박현철 변호사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나 아르바이트는 통상적인 수수료를 훨씬 초과하는 고수익을 약속하지 않으며,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본인 계좌로 입금하는 일도 없다" 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반드시 참여를 거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일당 수십만 원이라는 제안 자체가 이미 비정상적인 신호"라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텔레그램이나 익명 메신저로 일을 지시하고, 거래 내역 삭제나 은폐를 요구한다면 명백한 범죄 가담 징후"라고 경고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범행으로 그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는 단순히 법을 어기는 수준을 넘어 무고한 사람들의 삶과 미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다면, 그 대가는 결국 가담자 본인에게도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