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역외 원화결제·옴니버스 계좌 등 8대 과제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자본시장이 여전히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외환·자본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9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과 증권거래·결제, 공시·배당·파생상품 등 8대 분야를 아우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외환·자본시장을 “경제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경제 규모와 시장 유동성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계좌 개설, 배당·공시·결제 관행 등에서 MSCI의 시장접근성 평가가 ‘미흡’으로 남아 있어 신흥국으로 분류돼 온 만큼, 제도와 인프라를 전면 손질해 장기·안정적인 해외 자금 유입 기반을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우선 외환시장에서는 올해 7월 국내 외환중개시스템을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해 런던·뉴욕 장과의 거래 공백을 없애고, 전자거래(eFX) 가이드라인 정비를 통해 야간에도 자동 매매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한다.
또한 2026년 하반기 시범운영 후 2027년 정식 도입을 목표로 역외 원화결제기관 제도를 신설해,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원화계좌를 개설해 역외에서 원화 결제·조달·운용을 할 수 있도록 외환규제를 완화한다.
이와 함께 자본거래 신고 간소화, 국내–글로벌 외환중개사 업무 연계, RFI(등록 외국 금융기관) 제도 개편 등으로 외국 금융기관의 원화·외환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자본 유출입을 정교하게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병행 구축하기로 했다.
증권거래·결제 부문에서는 글로벌 수탁은행이 각 펀드를 대표해 국내 수탁은행에 명목계좌를 개설·관리하는 방식의 실질적 옴니버스 계좌 결제 구조를 도입해, 펀드별로 나뉘어 있던 계좌 개설·실명확인 부담을 크게 줄인다.
예탁결제원 전문 개편을 통해 펀드 코드·국적 정보만으로 펀드별 개별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손질하고, 해외 중·소형 증권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의 계좌 개설주체 제한을 풀어 해외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투자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더불어 DTCC의 CTM·ALERT 등 국제 표준 시스템과의 연계를 검토해 거래·결제 정보를 자동 매칭·전달하는 인프라를 도입하고, CLS(동시외환결제)를 통해 확보한 원화를 당일 증권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은금융망·예탁결제원 채권결제시스템 운영시간 연장, 일시적 원화차입(오버드래프트) 가이드라인 마련도 병행한다.
투자자 등록과 계좌개설 절차도 국제 기준에 맞게 손본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에게 발급해 온 투자등록번호(IRC)를 국제 법인식별번호(LEI)·여권번호 기반 식별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기존 계좌를 폐지하지 않고도 식별 정보를 일괄 변경할 수 있도록 은행·금융투자업권 전산을 개편한다.
LEI 레벨1 법인에 대해서는 예탁결제원이 글로벌 LEI재단과 연계해 발급하는 LEI 발급확인서를 실명확인증표로 인정하고, 위임장 공증 요건 완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해외 법인의 직원을 대리인으로 인정하는 등 외국법인의 실명확인·계좌개설 과정에서 요구되는 서류와 시간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이 밖에 공매도 제도와 정보공시·장외거래·배당·파생상품 등도 선진시장 수준에 맞게 손질한다.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에 참여하는 기관의 중복 감리자료 제출·보고 의무를 면제해 이중 규제를 줄이고,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영문공시 의무 대상을 확대한 뒤 2027년부터는 코스피 전체와 일부 코스닥 대형사까지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장외거래에 대해서는 사후신고 허용 범위를 명확히 안내하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조건부 주식양도계약(RSU)에 대한 장외거래 사후신고를 허용하고, 배당기준일 이전에 배당금액을 확정·공시하는 선진 배당절차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와 공시우수법인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해 확산을 유도한다.
파생상품 분야에서는 FTSE Korea 지수선물을 미국 ICE 거래소에 상장하고, 국내 파생상품 정규 거래시간과 겹치지 않는 유럽(Eurex)·미주(ICE) 거래소부터 거래시간 제한을 풀어 한국물 파생상품 접근성을 높인 뒤, 시장 유동성과 위험관리 수준을 감안해 지수사용권 전면 개방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경제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를 꾸려 분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세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시장 의견을 반영해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뉴욕·런던·홍콩 등 주요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로드맵 이행 상황과 제도 개선 내용을 설명하는 합동 설명회를 정례화하고,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일대일·그룹 미팅을 병행하는 등 대외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외환·채권·주식시장 제도 개선 사항을 한데 모은 영문 원스톱 홈페이지를 운영해 MSCI와 글로벌 투자자의 인식을 선제적으로 바꾸고, 장기·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자금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