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최근 스토킹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는 피의자 중 상당수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그 이유로는 연인 관계가 아닌 채권·채무 분쟁, 이혼 이후 갈등, 직장 내 다툼, 이웃 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반복된 연락이나 방문이 형사 문제로 비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황을 정리하려는 행동이었을지라도, 수사기관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특정 관계나 동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해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했다면, 그 행위 자체로 범죄 성립 여부가 검토된다. 문제 해결 목적이었는지, 악의가 있었는지는 판단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수사에서는 연락 횟수, 기간, 중단 요청 이후의 행동, 방문 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은 ‘권리 행사’와 ‘스토킹 행위’의 경계다. 채무 변제를 요구하거나,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거나, 분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명확히 연락 중단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동일한 방식의 연락이 반복되거나, 직접적인 방문이 이어질 경우 스토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때 “받을 돈이 있어서”, “답을 듣기 위해서”라는 사정은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렵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행위의 강도가 크지 않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폭언이나 위협이 없었더라도 반복적인 문자, 전화, SNS 메시지, 근무지 주변 배회 등으로 상대방이 심리적 불안을 느꼈다면 수사 대상이 된다.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즉각적인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이처럼 스토킹 사건은 사소한 분쟁 대응에서 시작해 형사처벌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개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상황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법적 책임만 커질 수 있다. 분쟁이 발생했다면 민사 절차나 공식적인 법적 수단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형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법무법인 더앤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스토킹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주장인데, 실제 판단에서는 상대방의 거부 의사 이후에도 접촉이 반복됐는지가 핵심”이라며 “분쟁 상황일수록 개인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초기에 법률적 정리를 거치는 것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