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언제부터인가 협회는 “내 일과 관련이 없으면 상관없는 곳”, 혹은 “회비만 내면 그만인 단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협회는 분명 회원 모두의 공동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인은 보이지 않고 공허한 관객만 남아 있는 것이 현재 협회의 현실이다.
주인의식이 사라진 자리에 구조적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손해사정사는 법이 부여한 전문직역으로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 재산과 차량의 가치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협회의 흐름을 보면, 신체손해사정의 전문성은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고 제도개혁은 정체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협회의 중심축은 재물 손해사정 중심의 이해관계로 기울어졌고, 그마저도 일부 기득권을 가진 소수 인원에 의해 구조가 짜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협회는 ‘전문직 단체’라기보다 ‘업무 편의 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특정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협회 전체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신체손해사정이 약해지면 협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체손해사정은 손해사정 제도의 윤리적·공익적 중심축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영역이 약화된 협회는 결국 시장 논리에 휘둘리게 되고, 전문직으로서의 존립 근거 역시 스스로 허물게 된다.
협회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목적이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회원이 중심이 되어야 할 협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성원들은 타성에 길들여져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 “누가 해도 똑같다”, “협회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어 왔다.
이러한 무관심이 오늘의 구조적 왜곡을 만들어냈다.
회장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협회는 누군가의 사유물이 아니며, 특정 직역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도 아니다. 회장은 운영을 맡는 자리가 아니라 협회의 철학과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책임의 자리다.
신체·재물·차량이 균형을 이루는 전문성 체계,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공정성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면 협회는 계속해서 소수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회원들이 관람객이 아니라 주인으로 돌아와야 할 시점이다. 협회는 멀리 있지 않다. 협회는 바로 손해사정사 각자의 이름이다. 한 사람의 무관심은 침묵이 되고, 그 침묵이 쌓이면 구조는 굳어진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오늘날 협회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는 협회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손해사정사 모두가 주인이 되는 협회, 신체와 재물, 차량이 균형을 이루는 협회. 이제는 남의 협회가 아니라, 우리의 협회로 되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