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IT·전기전자 업종 주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반도체와 가전 수요 둔화 우려도 함께 커졌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반등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T 업종 약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고유가는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을 키우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수요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실제로 주요 IT 종목들은 최근 고점 대비 하락폭을 키우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만 업황의 기초 체력까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26 출시 이후 제품 평가와 국내 예약판매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IT 기기 수요 둔화 우려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1c LPDDR6 D램
무엇보다 1분기 실적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IT주 반등론의 핵심 근거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역시 종전 추정보다 나은 실적이 예상되면서 업종 전반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2026년 실적 기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고, 업황 둔화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현 구간은 불확실성이 높지만, 실적 상향과 저평가라는 두 축이 주가 하단을 받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관심을 끌 변수로는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 가능성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2026년 9월 프리미엄 모델과 함께 폴더블폰을 선보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출시 일정과 제품 사양이 구체화되면 관련 부품주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폴더블폰은 초기 완성도와 제품 평가가 흥행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GTC 2026도 또 다른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차세대 AI 가속기와 피지컬 AI 관련 비전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와 메모리 반도체 성장 흐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부각되면 관련 종목들의 투자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실적 발표 과정에서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 언급된 바 있어, 이번 행사에서도 피지컬 AI 분야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으로 산업 지형이 바뀌는 흐름 속에서 단순 전자업종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도 주요 변수다.
결국 IT주는 지금 당장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구간에 서 있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상승과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저평가 매력, 애플 폴더블폰과 엔비디아 AI 이벤트 같은 새로운 재료를 감안하면 반등의 조건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악재 자체보다, 그 악재를 버틸 만큼 업종 체력이 남아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