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재생에너지 확대 쪽으로 더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석연료 수입 의존 구조가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다시 부각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에너지 자립 강화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추진 중인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에 쏠린다. 현 정부는 과거 78GW였던 2030년 재생에너지 설치 목표를 100GW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목표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설치 규모를 감안하면 확대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 훨씬 가팔라져야 한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태양광과 풍력 누적 설치량은 각각 약 36GW, 2.5GW 수준으로 추정된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2.3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 과거 연간 3~4GW 수준에 머물렀던 시장이 3배 이상 커져야 가능한 수치다.
특히 태양광이 확대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100GW 목표 가운데 태양광 비중이 약 90GW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연평균 10.8GW의 태양광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연간 설치량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가 사실상 3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설치 부지는 새만금 같은 간척지와 절대농지, 수상 태양광 등 대규모 부지를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입찰 제도를 통해 국내 기자재 업체 중심의 공급 구조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풍력 역시 과거와는 다른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2030년까지 풍력 누적 설치 목표는 약 10GW 수준으로 예상된다. 2025년 말 누적 설치량이 약 2.5GW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년간 연평균 1.5GW 안팎의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 과거 연간 0.1~0.3GW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해상풍력의 성장 폭이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30년까지 설치 완료 기준으로는 누적 3~4GW, 착공 완료 기준으로는 6.5~7.5GW 수준이 거론된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이 0.3GW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확대 여지는 재생에너지 분야 가운데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과 저장장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간이 걸리는 송배전망 신설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가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0년 ESS 목표는 4.2GW에 불과했지만, 12차 계획에서는 최소 10GW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그레이수소 사업 축소 등도 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전력망 여유를 배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시장이 보는 핵심은 단순한 친환경 기조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의 정책 전환 여부다. 중동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확대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동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국내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의 가시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관련 기자재 기업과 민간 재생에너지 개발업체들에 대한 중장기 투자 매력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