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조정이 2분기 실적 기대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수급 기대가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다소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 실적 눈높이는 낮췄지만, 메모리 업황과 빅테크 투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4일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20만원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현 주가 대비 127.6%의 상승 여력을 반영한 수준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조정은 2분기 실적 기대와 ADR 상장에 따른 수급적 기대가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다소 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저점 비중 확대가 유효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0조7000억원에서 62조3000억원으로 12% 낮췄다. DRAM과 NAND 평균판매단가 전망치를 각각 8%포인트, 5%포인트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다만 주가에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전일 주가 하락으로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분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봤다.
2분기 실적은 여전히 큰 폭의 개선이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80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2조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률은 77.1%로 제시됐다.
단기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내년 증익 기조는 유지됐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을 389조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 대비 45.7% 증가하는 규모다.
2027년 실적 개선의 핵심은 HBM이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HBM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HBM 가격 상승은 HBM 생산능력을 배정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LPDDR과 HBM을 제외한 나머지 공급 여력은 더 빠듯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 업황 변수도 견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TSMC의 6월 매출액은 4430억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9%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과 성장률을 경신했다. 2분기 가이던스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언급됐다.
빅테크 클라우드 수주잔고도 메모리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1분기 기준 빅테크와 네오클라우드 5개사의 총 수주잔고는 2조100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24.0% 증가했다. 이 가운데 2년 내 매출 전환 예정 규모는 656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38.1% 늘었다.
개별 기업별로는 구글과 아마존의 증가세가 컸다. 구글은 전분기 대비 92.6%, 아마존은 49.2% 증가한 수준의 수주잔고 증가세를 보였다. 상반기 안에 일부 수주잔고 증가세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반적인 AI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메모리 현물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6Gb 기준 DDR5와 DDR4 현물가격은 40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했고, 두 제품 모두 가격 전고점에 근접했다. CXMT 상장으로 레거시 현물에 대한 심리적 둔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물가격 강세 자체는 타이트한 업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설비투자 확대 가능성이 변수다. 빅테크의 자본적지출 방향성은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급증한 수주잔고 규모를 고려하면 수주 매출화를 위한 설비투자 집행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연간 매출 전망도 큰 폭의 성장세가 제시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347조5000억원으로 전망됐다. 2027년에는 507조9000억원, 2028년에는 544조1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밸류에이션 기준도 유지됐다. 목표주가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자산 58만3213원에 목표 주가순자산비율 6.5배를 적용해 산출됐다. 글로벌 순수 메모리 업체 평균 대비 10% 할인한 배수다.
김 연구원은 “대외적인 업황 변수들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주가의 격한 조정 속에서도 메모리 현물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고, 2027년 증익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