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24년 제균 치료 환자 4748명 분석
여성 성공률 65.1%로 남성 71.1%보다 낮아
치료 완료자만 보면 여성 85.7%·남성 87.0%로 큰 차이 없어
치료 실패 여성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 80.9%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왼쪽), 최용훈 교수(오른쪽)
[더파워 이설아 기자]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시작한 환자를 기준으로 여성의 치료 성공률이 남성보다 낮았지만, 치료를 끝까지 마친 환자만 비교하면 남녀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 환자에서 부작용과 일부 항생제 내성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성별을 고려한 제균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20여 년간 축적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결과와 항생제 내성의 성별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2003년부터 2024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748명을 조사했다. 치료를 시작한 전체 환자를 기준으로 제균 성공률은 여성이 65.1%로 남성의 71.1%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반면 치료를 끝까지 마친 환자만 놓고 보면 남성의 성공률은 87.0%, 여성은 85.7%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이탈 여부가 전체 치료 결과와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제균 치료 중 부작용을 보고한 비율은 여성이 60.2%로 남성의 37.9%보다 높았다. 치료 후 제균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지 않고 이탈한 비율도 여성 21.7%, 남성 17.1%로 차이를 보였다.
항생제 내성에서도 성별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 890명의 위 조직에서 균을 채취해 항생제 6종의 내성을 분석한 결과,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남성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여성 50.0%, 남성 35.9%였고 메트로니다졸은 각각 45.3%, 38.4%였다. 레보플록사신은 여성 45.8%, 남성 33.7%, 목시플록사신은 45.5%, 34.1%로 나타났다. 아목시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에서는 남녀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제균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여성 80.9%, 남성 67.2%였으며, 레보플록사신 역시 여성 61.1%로 남성의 48.9%보다 높았다.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도 여성에서 더 높았다. 클래리스로마이신과 메트로니다졸에 동시에 내성을 보인 이중내성은 여성 27.9%, 남성 20.4%였고 퀴놀론계 항생제까지 포함한 삼중내성은 여성 19.7%, 남성 13.3%였다.
장기간 추이를 보면 다제내성 자체도 크게 늘었다. 남녀 전체에서 이중내성은 2003~2007년 9.2%에서 2018~2025년 40.0%로 높아졌고, 삼중내성은 같은 기간 1.4%에서 31.7%로 증가했다. 여성의 이중내성 비율은 2018~2025년 50.0%까지 올라갔다.
김나영 교수는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여성의 낮은 제균 성공률에는 높은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탈락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내성과 제균 실패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용훈 교수는 "제균 치료에 실패한 적이 있는 여성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다음 치료 전 항생제 내성 유전자 검사나 배양 검사로 내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치료 전 충분한 설명과 부작용 관리를 통해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