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거래소, 지배구조보고서 개정…집중투표제 우회 방지·소액주주 보호 강화
유상증자·중복상장 주주보호책 공개…배당·자사주 3년 내역 공시 확대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를 조정하는 경우 앞으로 그 사유와 영향을 공개해야 한다. 유상증자나 중복상장을 추진할 때는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 내역에 대한 공시도 강화된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2027년 제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올해부터 공시 의무가 전체 코스피 상장회사로 확대된 만큼 10월 말 기준 826개사가 대상이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집중투표제 우회 방지다. 지난해 9월 상법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이사 2명 이상을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이사 선임 인원을 줄이거나 임기를 조정해 의무 적용을 피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해당 기업은 집중투표제 실시 여부뿐 아니라 이사 수와 임기를 변경한 경우 그 이유와 집중투표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시해야 한다. 이사 선임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소액주주의 지분가치와 관련된 정보도 공개 범위가 넓어진다. 기업이 중복상장이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주보호 조치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 등과 소통한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특히 유상증자는 제3자 배정 여부와 증자 규모, 할인율, 자금 사용 목적, 지배주주의 신주 취득 여부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했다.
주주총회에 앞서 투자자들이 기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도 늘리는 방향으로 공시 기준을 손질한다. 현재 상당수 기업이 주주총회 약 1주일 전에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주주총회 최소 2주 전 제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배당정책에 대한 주주권 행사도 지원한다. 기업이 결산배당 여부와 배당금액 등 주요 정보를 주주총회 6주 전까지 공개했는지를 공시하도록 해, 주주들이 상법상 주주제안 기한 전에 배당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사주 공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해당 연도의 자기주식 취득·소각·보유 현황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최근 3년간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과 실제 이행 현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달부터 상장회사 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컨설팅과 교육,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정된 공시 기준을 2027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부터 적용하고, 향후 사업보고서 조기 제출 현황 등을 살펴 추가적인 공시 개선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