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⑳] 국회의원은 국민 청원 해결사다

지역구 국회의원에 민원 요청시 청와대 국민청원 보다 좋은 결과 얻을 수도 있어

칼럼 2021-02-19 15:18 함광진 행정사
center
[사진제공=청와대 홈페이지]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접수된 청원 사례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청원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다.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 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 ‘정경심 1심 재판부 탄핵 요구’, 정부의 정책 실정을 비판한 ‘시무 7조’ 등 홈페이지에 게시된 청원 내용은 분야도 다양하다.

청와대는 국정 현안과 관련한 국민의 물음에 답하겠다는 취지로 국민청원 채널을 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인물 및 집단에 대한 비난, 가정사를 공개하는 등의 무분별한 청원, 청와대 권한 밖에 있는 권한 행사 요구, 특정 사안을 공론화하려는 시도 등의 청원도 다수다.

청원권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어떤 희망사항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민은 누구나 본인이나 가족, 소속 단체, 기업, 사회 등의 관심사에 대해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국가기관 등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그 근거로 우리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해 청원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 규정에 따라 청원권 행사의 절차와 청원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청원법이 1961년 제정됐다. ‘청원법’ 제4조에 따라 누구나 피해의 구제,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이나 징계의 요구, 법률·명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 공공의 제도 또는 시설의 운영, 국가기관 등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에 대해 청원 내용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등에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청원서를 접수한 기관은 청원인·이해관계인·전문가로부터 청원과 관련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그 처리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해야 하는 등 성실하고 공정하게 청원을 심사·처리해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로 청원을 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청원을 했다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법률이 보장한다.

국회도 ‘국회법’ 제123조에 근거해 청원을 받고 심사한다. 국회는 재판 간섭, 국가기관 모독, 국가기밀에 관한 내용의 청원을 제외한 모든 청원을 받는다. 다만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제출하거나 국민동의청원의 경우 홈페이지에 등록 후 100명 이상 찬성을 받으면 불수리 사항 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일반에 공개되며 공개 후 30일 이내 10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경우 청원으로 접수된다.

유명무실했던 청원제도가 청와대에 국민청원 채널이 개설되면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청와대 채널 개설 이후 현재까지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이 228건이나 되고 누적 동의 수는 1억8608만9149명에 달한다. 이에 질세라 국회도 2020년 1월 전자청원 플랫폼인 국민동의청원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과거 국회 청원은 의원의 소개를 받아야만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의원의 소개 없이도 청원을 제출할 수 있다. 국민이면 누구나 휴대폰 인증 등 본인확인을 거쳐 청원을 등록하거나 청원에 대한 동의를 할 수 있다. 청원의 등록 및 동의 외에 참여자의 청원에 대한 의견 제시나 찬반 토론은 불가능하다.

국회에 접수된 청원은 청원 내용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에 보내지고 의원 3~4명으로 구성된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별도의 심사를 받는다. 상임위원회는 청원이 접수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로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였을 때에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장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60일 범위에서 한차례만 심사 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소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국회나 정부가 청원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은 국회 본회의에 보내 의결한다. 반면에 국가기관의 조치 또는 이해관계자와의 타협 등으로 청원 목적이 달성된 경우 청원의 취지에는 이유가 있으나 예산사정 등으로 그 실현이 불가능한 경우, 청원의 취지가 국가시책에 어긋나는 등 타당성이 없는 경우 등은 본회의에 보내지 않고 종결 처리한다.

제도와는 달리 현실은 국회가 국민의 청원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 실제로 국회의 청원 접수 건수는 지난 2000년 이후 16대 765건, 17대 432건, 18대 272건, 19대 227건, 20대 207건에 불과했다. 청원제도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고 청원을 제기해도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청원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지역구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매월 1~2차례 정도 시간을 정해 ‘민원 청취의 날’을 운영한다. 의원이 직접 광역·기초 의원, 지자체 공무원까지 불러 지역주민의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의원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는 최소 인원만을 배치하고 지역구 주민의 민원 해결에 대부분의 보좌진을 투입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 활동과 지역구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민원을 접한다. 말이 민원이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청원이 될 수도 있고, 청탁이 되기도 한다. 민원 중에는 집 앞 골목길 가로등을 교체해 달라거나 생활이 어려워 생계자금을 지원받고 싶다는 비교적 해결이 쉬운 민원이 있다.

반면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억울해 보이기는 하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도 많다. 이미 관련 정부부처를 찾아다니고 재판까지 했어도 해결이 안 된 민원도 있다.

일선 정부기관이나 공무원은 법 테두리 안에서 법에 근거가 있어야 일을 한다. 민원인의 처지가 아무리 딱해도 법적 근거 없이 선뜻 나설 수 없다. 민원 창구가 있어도 해결되는 민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은 주민으로부터 민원을 받고 이것은 된다 안된다 쉽게 결론낼 수 없다.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살고 평판을 중시한다. 당연히 민원 해결에 적극적이다. 민원을 해결하면 민원인을 본인의 강력한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국회의원이 불성실하게 임하면 당장 반대세력으로 돌아설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발 벗고 민원 해결에 나선다.

국회의원도 민원인과 마찬가지로 관계 정부기관에 전화하고 뛰어가서 읍소하며 민원을 해결한다. 여의치 않으면 국정감사나 대정부질의 등 국회의원의 권한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를 압박한다. 관련 내용을 담아 법률을 만들기도 하고 정부 예산 편성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러면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대안을 찾고, 제도를 만들면서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한다. 이렇게 민원은 해결된다.

요즘과 같이 변화무상한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권익을 침해받거나 행정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한 번 방문하시길 권한다. 사연을 들어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을 만날 수 있다. 내용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쉽고 빠르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center


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 sns
  • sns
  • mail
  • print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