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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약인데 형량은 달라진다...특가법 가르는 ‘가액’, 피고인이 따져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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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약인데 형량은 달라진다...특가법 가르는 ‘가액’, 피고인이 따져봐야 할 것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8-07 18:31

500만원 넘으면 적용 법조·법정형 달라질 수 있어
마약 가액 산정 방식 따라 특가법 적용 여부 갈려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같은 종류의 마약을 비슷한 양만큼 취급했는데도 한 사람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이른바 ‘특가법’으로 기소되고 다른 사람은 마약류관리법으로 처벌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약류의 ‘가액’이다.

특히 마약 사건의 피의자나 피고인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공소사실에 기재한 마약 가액을 단순한 숫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가액이 어느 기준을 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와 법정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는 일정한 마약범죄에 대해 취급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의 가액이 500만원 이상이거나 5,000만원 이상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되는 마약류관리법상 죄명에 따라 구체적인 법정형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액이 특가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구성요건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같다.

마약 사건에서 500만원이나 5,000만원이라는 가액 기준은 단순히 양형에서 형을 조금 더하거나 빼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법률이 적용되고 법정형의 하한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서는 가액 산정 과정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방어 쟁점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마약에도 가격은 하나가 아니다. 문제는 마약류의 가격이 일반적인 상품처럼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마약류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다. 공시가격이나 공식적인 판매가격이 존재하지 않고 거래 지역, 시기, 수량, 유통단계 등에 따라 실제 거래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종류의 마약이라도 대량으로 거래되는 경우와 소량으로 나눠 최종 투약자에게 판매되는 경우의 단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일정한 양의 마약을 상선으로부터 한꺼번에 매입했다면 실제 지급한 금액은 대량 거래 수준일 수 있다. 반면 이를 소량 단위로 나눈 가격을 기준으로 전체 물량의 가액을 환산하면 훨씬 큰 금액이 나올 수 있다.

결국 동일한 마약과 동일한 수량을 놓고도 어떤 거래단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액이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 500만원이라는 특가법 적용 기준을 넘느냐 여부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생긴다.

마약 사건 당사자가 사건 초기부터 확인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마약의 종류와 수량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마약의 가액을 얼마로 산정했는지, 그 숫자가 어떤 자료와 기준에서 나온 것인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거래 당시 피고인이 지급한 금액이 존재한다면 우선 그 금액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좌이체를 했다면 송금내역이 있을 수 있고, 텔레그램이나 메신저를 통해 가격을 협의했다면 대화 내용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또 해당 거래가 상선과 중간 판매자 사이의 대량 거래였는지, 소량의 최종 소비 거래였는지, 한 번에 전체 물량을 넘겨받은 것인지 여러 차례 소분해 거래한 것인지 등도 가액의 타당성을 다투는 과정에서 검토할 요소가 될 수 있다.

피고인이 실제로 얼마를 주고 마약을 구입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적용한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 실무에서는 마약류의 시중 가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작성·활용하는 가격 자료가 참고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자료에 가격이 적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해당 가격이 실제 피고인의 거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가령 피고인이 대량으로 일괄 매입한 사건인데 소량 거래 단계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전체 가액을 계산했다면 실제 거래의 성격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변호인은 단순히 “마약 몇 g × 단가 얼마”라는 계산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단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거래 당시 실제 지급액은 얼마였는지, 거래량은 어느 정도였는지, 상대방과 어떤 가격 협상이 있었는지, 거래가 유통구조의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산정한 가액이 500만원을 조금 넘거나 그 부근에 위치한 사건이라면 가액 산정 방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산정방법으로는 480만원인데 다른 단가를 적용했을 때 550만원이 되는 사건이라면 단순히 70만원의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500만원이라는 기준을 사이에 두고 특가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액이 5,000만원 전후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피고인이 “마약을 취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가액까지 모두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위 인정과 가액 산정에 대한 다툼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마약의 종류와 수량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더라도, 검사가 주장하는 가액 산정이 적절한지는 따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 초기 자신의 거래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마약 거래와 관련된 텔레그램 메시지나 계좌내역이 당장은 불리한 증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자료에 실제 매매가격이나 거래 수량, 거래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면 오히려 수사기관이 산정한 마약 가액을 검증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실제 지급한 금액과 공소사실상 가액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면 거래 과정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의 존재 여부가 중요해질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는 불리해 보이는 자료라고 해서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마약 가액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당시 실제 가격을 보여줄 수 있는 대화내용과 송금내역 등이 방어에 필요한 자료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변호인과 함께 증거의 의미부터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약 사건에서는 통상 마약의 종류와 수량, 투약 또는 거래 횟수, 범행 가담 정도, 동종전과 등이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하지만 특가법 적용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는 여기에 하나를 더 살펴봐야 한다.

‘검사가 주장하는 마약 가액이 어떻게 계산됐는가’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우선 공소장과 수사기록에서 적용된 가액을 확인하고, 실제 지급한 거래대금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가격 산정의 근거자료가 무엇인지, 적용된 단가가 실제 거래 형태와 부합하는지, 대량 거래와 소량 거래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등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해당 가격자료의 작성 근거와 객관성, 거래 당시의 실제 시가를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존재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마약사건에서 피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수사기관이 제시한 수량과 가액을 하나의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약류를 취급한 사실이 인정되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가액 산정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가법 적용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실제 거래대금, 거래 규모와 방식, 적용된 단가의 출처와 신빙성을 각각 검토해 가액 산정이 합리적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가액에 대한 판단 하나가 적용 법조와 이후의 형사재판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약사건에서 ‘가액’은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어떤 법으로 재판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숫자다.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피고인 방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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