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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옆에는 연료전지…전력 인프라 투자판 커진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07 10:30

국내 해상풍력 입찰 올해 4GW→2029년 7GW…정부 주도 발전지구 경쟁입찰 본격화
2026~2035년 55GW 입찰·2035년 누적 25GW 설치 목표…국내 밸류체인 수혜 기대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설치 올해 10GW 돌파 전망…2022년 대비 4년 만에 5배 이상 확대
가스발전은 주민 반발·환경 부담…연료전지, 낮은 탄소·물 사용량 앞세워 대안 부상

출처 Magnific
출처 Magnific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서로 다른 두 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상풍력이 정부 주도의 장기 입찰시장으로 바뀌고 있고,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가스발전을 대신할 연료전지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공통점은 ‘전력 확보’다. 한쪽은 발전원 자체를 늘리는 과정이고, 다른 한쪽은 폭증하는 전력을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어떻게 공급할지의 문제다. 정책이 해상풍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연료전지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민간 개별 개발 중심에서 정부가 입지와 입찰 물량을 미리 제시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간 1GW대에 머물렀던 해상풍력 입찰 규모는 올해 4GW를 시작으로 2029년 7GW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변화의 핵심은 물량보다 사업 방식이다. 지금까지 국내 해상풍력은 사업자가 직접 입지를 확보하고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계통 연계 등을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프로젝트마다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29년부터 도입되는 발전지구 경쟁입찰은 이 구조를 바꾼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입지에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별 업체가 처음부터 모든 개발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부가 장기적인 입찰 물량까지 공개했다는 점도 시장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5년까지 약 55GW의 해상풍력 입찰이 진행되고, 2035년까지 누적 25GW 설치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국내 해상풍력 신규 설치 규모는 2029년부터 연간 1GW 수준에 진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2GW, 2032년부터는 연간 4GW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한두 개 대형 프로젝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일정 수준 이상의 발주가 이어지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해상풍력 입찰 물량을 연도별로 10년치까지 제시한 드문 국가다. 계획 규모 역시 중국과 영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히 큰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먼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국내 공급망이다. 해상풍력은 터빈 하나만 설치한다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하부구조물과 타워, 해저케이블, 베어링, 블레이드, 케이블 시공까지 대규모 밸류체인이 함께 움직인다.

풍력터빈 분야에서는 유니슨과 두산에너빌리티, 하부구조물에서는 SK오션플랜트와 GS엔텍, HSG성동조선, 현대스틸산업, 삼일씨앤에스 등이 주요 업체로 거론된다.

타워는 씨에스윈드와 성현, 현대스틸산업, 해저케이블은 LS전선과 대한전선, 베어링은 씨에스베어링과 신라정밀, 블레이드는 휴먼컴포지트 등이 공급망에 포함된다. 케이블 시공에서는 LS마린솔루션과 대한전선 등이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국내 해상풍력 수주 기대가 개별 프로젝트의 인허가와 착공 여부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 앞으로 정부 입찰 물량이 연도별로 확보된다면 관련 업체들은 수주잔고와 설비투자를 보다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된다.

해상풍력이 ‘정책 가시성’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면 미국 연료전지 시장은 전력 수요의 급증이 직접적인 동력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신규 설치량은 올해부터 연간 1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2.3GW에 불과했던 신규 설치 규모가 불과 4년 만에 5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설치량은 2023년 5.4GW, 2024년 6.4GW, 2025년 8.5GW로 늘어난 뒤 올해 13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에도 2027년 18GW, 2028년과 2029년 각각 17GW, 2030년 18GW 수준의 대규모 설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문제는 이 전력을 무엇으로 공급하느냐다.

미국 신규 발전설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고 있지만 연간 신규 설치 규모는 약 50GW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이용률을 보수적으로 20% 정도 적용하면 실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크게 줄어든다.

데이터센터 신규 설치가 연간 10GW를 넘어서는 순간 재생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모두 충당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석탄발전소가 매년 5GW 이상 폐쇄되고 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빠르게 늘고 기존 기저발전은 줄어들면서 전력 공급 부족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전통적인 해법은 가스발전이다. 필요한 곳에 비교적 빠르게 발전설비를 구축할 수 있고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출력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도심과 산업단지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민 반발이다.

미국 각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이를 위해 함께 들어오는 발전설비와 냉각시설, 송전망 등에 대한 환경 부담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스와 디젤 발전은 대기오염과 탄소배출, 소음 문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대규모 물 역시 지역사회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이 틈에서 연료전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료전지 역시 천연가스를 개질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가스발전보다 탄소배출량이 약 30% 적고 질소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물 사용량 차이는 더 크다. 가스발전의 평균 물 사용량이 MWh당 약 830갤런인 반면 연료전지는 약 1갤런 수준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입장에서는 발전 효율만큼이나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력은 필요하지만 대규모 가스발전소를 바로 옆에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환경부담이 낮은 연료전지가 선택지로 떠오르는 구조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발전량이 기상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전원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고,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연료전지는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제약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업체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미국 시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지역 환경규제가 동시에 강화될수록 연료전지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해상풍력과 미국 연료전지는 서로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성장 배경은 하나로 연결된다. AI와 전기화가 전력 수요를 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기존 발전·송전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해상풍력의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 입찰 물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기존 가스발전보다 주민 수용성이 높은 연료전지가 선택받기 시작했다.

투자 관점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그동안 금리와 프로젝트 지연, 인허가 변수 때문에 실적 가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국내 해상풍력은 10년 단위 입찰 로드맵이 나오면서 수주 기반을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연료전지도 정책 지원만 바라보는 산업에서 실제 전력 수요가 끌어가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설치량이 이미 연 10GW를 넘어서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발전원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향후 관건은 계획이 실제 발주와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다. 국내 해상풍력은 발전지구 경쟁입찰이 본격화되는 2029년 이후 설치량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고, 미국 연료전지는 데이터센터 착공과 함께 보다 빠르게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전력시장의 투자 논리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어떤 발전원의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시점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주민과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에는 정부가 그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있고,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연료전지가 환경·입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부족이 본격화될수록 두 시장의 성장 가시성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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