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노조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2021년 임단투 승리 및 소매금융 졸속 청산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유연수 기자] 올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역대급 규모의 희망퇴직으로 고용안정성을 불안해질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에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점포와 인력 축소가 불가피해진데 따른 것이다 또 늘어난 이익만큼 희망퇴직의 조건도 예년 보다 나아진 점도 퇴직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지난달 8∼15일 특별퇴직(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500명이 자원해 같은 달 29일자로 은행을 떠났다. 최근 수년간 최근 특별퇴직자 수는 보면 ▲2015년 962명 ▲2019년 154명 ▲지난해 29명으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올해 가장 많은 직원이 특별퇴직을 했다.
소매금융 부문의 단계적 철수를 밝힌 씨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 등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접수가 오는 10일까지 2주간 이어질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3400여명인 씨티은행 직원 가운데 소매금융 인력을 중심으로 최소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말 이미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이 나쁘지 않아 희망퇴직에 응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국내 시중은행에서도 최근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월 30일자로 800명이 희망퇴직했다. 2020년(462명), 2019년(613명)보다 수 백명 이상 많고, 2018년(407명)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각 220명, 130명씩 모두 350명이 은행을 떠났다. 2018년(700여명)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나갔다. 2020년(326명)과 비교해 1년 사이 140명 이상 늘었다.
올해 이미 3개 국내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만 2100여명에 이르고 씨티은행 희망퇴직까지 합쳐지면 한해 주요은행 직원 약 4000명 정도가 일자리를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도 2019년 369명(임금피크 277명·준정년 92명)에서 지난해 574명(임금피크 240명·준정년 334명)으로 크게 불었고,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희망퇴직 신청이 시작되면 작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같이 예년에 비해 희망퇴직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SC제일은행의 경우 올해 특별퇴직(희망퇴직)자는 직위·연령·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지난해 산정 기준(최대 38개월)과 비교하면, 많게는 수 억원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 급여와 함께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 또는 작년보다 600만원 많은 재취업지원금(최대 3400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약속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현과 금융권 비대면 채널 확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과 고도화가 진행될 수록 퇴직 인원은 늘어날 수밖에 벗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