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유연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외 요인보다 국내 요인에 맞춰 (통화정책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미리 움직였기 때문에 연준의 (정상화) 속도에 따라 피동적으로 끌려갈 리스크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게 정책운용에 있어 여러 가지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종전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금통위 후 3주 정도 지나 유의해서 봐야 할 변화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있는데, 그 영향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영향을 좀 주겠지만 국내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금리 정상화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종래의 기조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대해선 “최근 국내외 물가 흐름에서 두드러진 점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유발 요인이 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다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의 오름세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며 “당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주요국간 갈등, 기상이변 등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더해져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가격상승률이 2%를 넘는 품목의 범위가 에너지·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 내구재·개인서비스·주거비 등으로 확대되는 점,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거나 낮은 품목을 제외한 '조정평균 소비자물가'나 정부 정책 영향을 제거한 '관리제외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최근 2%를 웃도는 점 등도 우려스러운 현상으로 거론했다.
그는 “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임금과 물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