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자사 의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9년 넘게 병·의원에 현금 등 7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JW중외제약이 298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는 역대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과징금이다.
특히 중외제약은 1500여개 병·의원을 상대로 한 각종 리베이트가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상적인 활동인 것처럼 위장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위법 행위를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 등 중외제약의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98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본사 주도로 이뤄진 불법 행위라고 판단하고 중외제약뿐 아니라 이 회사 신영섭 대표이사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18개 의약품의 신규 채택 및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2014년 2월~2023년 10월 2만3000차례 전국 병·의원에 6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2014~2018년에는 44개 품목의 처방을 늘리기 위해 500차례 5억30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병·의원에 제공했다.
리베이트 혐의를 받는 18개 품목은 JW중외제약의 핵심 제품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리바로브이, 수액제 위너프 등 JW중외제약의 대표 품목과 함께 ▲가드렛 ▲가드메트▲트루페드 ▲페린젝트 ▲악템라 ▲라베칸 ▲에소메칸 ▲기초수액 ▲가나칸 ▲피나스타 ▲엔커버 ▲시그마트 ▲발사포스 ▲올멕 ▲코비플렉스엠시티페리주 등이 포함됐다.
중외제약의 부당한 판촉활동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보물 지도’를 기반으로 리베이트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외제약은 기존 처방량을 근거로 처방량이 늘어날 수 있는 지원 대상을 선정해 보물 지도라는 이름의 자료로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외제약은 이를 바탕으로 현금·물품과 식사·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 행사 경비를 지원하거나 골프 접대에 나섰다. 병원의 학회·심포지엄 개최나 학술대회 참가에도 돈을 댔다. 임상·관찰연구비도 지원했다. 이렇게 전국 1400개 병·의원에 2만3천여회에 걸쳐 총 65억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개별 부서 차원에서도 같은 기간 다른 44개 의약품에 대해 전국 100여개 병·의원에 500여회에 걸쳐 5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 등을 제공했다. 지원행위별로는 현금 지원만 22억원에 달했고 병·의원 임상연구 등 20억원, 심포지엄 개최 18억원, 식사·향응 제공 6억원 등이었다. 이밖에 의료인 유대 강화를 위해 6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가 이뤄진 사실도 적발됐다.
중외제약은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 회계처리를 했다. 리베이트를 위한 지출을 내부 직원 회식 등을 위한 지출로 꾸민 것이다. 야유회 지원은 거래처 활동, 회식 지원은 제품설명회로 바꾸도록 하고 할인·할증 등의 표현은 삭제하도록 했다. 또 처방증량은 홍보활동으로 표현을 바꿔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보이게 했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위법적 영업 활동을 숨기기 위해 용어 변경을 한 것으로 봤다.
중외제약의 이런 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의약품보다는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약품이 선택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의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목적으로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사용해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反하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선택을 왜곡하고 의약품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제약사가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행위에 대하여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 제재함으로써, 의약품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