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이경호 기자) 20일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우려하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했다.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전공의가 늘어나면서 의료 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대형병원인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미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부터는 본격적으로 병원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엄단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의료진 공백에 따른 수술 연기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됐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1000명 넘는 빅5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전공의 2745명이 소속돼있다.
이들 병원 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110여명, 아주대병원 130여명 등 이미 전국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전공의가 수천 명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복지부는 전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며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공의들은 정부 방침에도 사직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병원을 빠져나간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 회의에서 전공의들은 향후 대응 방안 등 본격적으로 '병원 밖 행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곳곳에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사연, 오래 기다린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보호자의 성토,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신부 등 피해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병원들은 당장의 의료 공백을 피하고자 스케줄 조정에 바쁜 모습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달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하루 200∼220건 수술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날 10%가량인 20건의 수술이 연기됐다. 이 병원은 이날 약 70건의 수술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정부는 공공병원과 군 병원 등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는 등 의료대란에 대비하는 한편,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관점에서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이 위중한 문제”라며 “지난 정부처럼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