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이지숙 기자) 성추행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범죄로, 주로 형법상 강제추행 규정에 의해 처벌된다.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할 때 성립하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았으나 지난해 대법원이 이러한 판단 기준을 전면 완화하는 내용의 전원 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성추행 처벌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형법상 폭행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모든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가장 넓은 의미부터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라는 가장 좁은 의미까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지금까지는 가장 좁은 의미의 폭행과 협박만이 강제추행 판단 기준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호가 워낙 다양한 상황에서 강제추행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해석만으로는 강제추행의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실무에서는 이미 폭행, 협박의 정도를 점점 더 넓게 해석하고 있었고 기존 법리를 고수할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하거나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그 결과, 대법원은 무려 40년 만에 강제추행의 판단 기준을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구타하는 수준이 아니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형태의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그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하고 폭행이 성립하게 된다. 상대방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유형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폭력 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추행이 인정되어 형이 확정되면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처벌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이나 공개, 고지 명령과 같은 다수의 보안처분을 할 수 있다. 과거 전력이 있거나 충분히 반성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범행했다면 보안처분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법무법인YK 김규민 형사전문변호사는 “군인이나 공무원 등이라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인사법에 따라 징계 처분을 받게 되고 형이 확정되면 신분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성추행의 위험성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성추행 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성추행 사건에서는 강제추행 성립 요건을 꼼꼼하게 따져 실제 사건의 내용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야 한다. 대응 방식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