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영향 등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달보다 47%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며 매매·전월세 거래량 모두 증가했지만, 공급 관련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분양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11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698건으로 전월 대비 32.3%, 전년 동월 대비 16.6% 각각 증가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9925건으로 전월 대비 34% 늘었고,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거래는 1만773건으로 26.2%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743건으로, 1월(3233건)보다 46.7% 급증했다. 지난해 2월(2665건)과 비교하면 78%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울 거래의 약 23%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이뤄졌으며, 토허제 해제 지역인 송파·강남 일대가 주 거래 중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291개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바 있다. 이 조치로 거래 규제가 완화되며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봄 이사철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거래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도 신고 기준 27만8238건으로 전월 대비 38.6% 증가했다. 전세는 10만3114건으로 25.9% 늘었고, 월세는 17만5124건으로 47.4% 급증했다. 수도권이 17만6506건, 지방은 10만1732건으로 각각 35.4%, 44.6% 증가했다.
하지만 활발한 거래와는 달리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는 1만2503가구로 전월 대비 44.3% 감소했다. 수도권은 7003가구로 53.7% 줄었고, 지방도 5500가구로 24.9% 감소했다. 다만 서울만 놓고 보면 인허가 물량이 4844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97.6% 급증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주택 착공은 전국 1만69가구로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수도권 착공은 4449가구로 전월 대비 11.6% 늘었지만, 지방은 5620가구로 9.3% 줄었다.
분양 물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전국 분양 가구 수는 5385가구로 전월보다 27.6%, 전년 동월(2만6094가구)보다 79.4% 급감했다. 수도권에선 분양이 전무했다. 준공은 3만6184가구로 전월 대비 13.3%,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한편, 최근까지 증가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7만61가구로 전월보다 3.5% 감소하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만3722가구로 전월 대비 3.7% 증가하며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이 1만9179가구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악성 미분양 해소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