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중 미국과 중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24.5%에 달해, 주요 제조업 강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중 간 통상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한국 제조업에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1일 발표한 ‘우리 제조업 국내 및 해외 수요 의존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제조업 GDP는 4,838억 달러로, 2000년(1,612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세계 제조업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2.8%로 소폭 상승했다. 세계 순위는 8위에서 6위로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27.1%에서 17.0%로 감소했고, 중국은 6.3%에서 27.1%로 증가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우리 제조업의 해외 수요 의존도가 2000년 52.7%에서 2023년 58.4%로 높아진 반면, 국내 수요 의존도는 47.3%에서 41.6%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수요 의존도는 4.8%에서 10.8%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 수요 의존도는 14.8%에서 13.7%로 소폭 줄었다.
이에 따라 2023년 기준 한국 제조업 GDP에서 미·중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일본(17.5%)과 독일(15.8%)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활동 위축이나 통상 마찰이 심화될 경우, 다른 국가보다 우리 제조업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장비 업종의 해외 수요 의존도는 76.7%에 달했고, 미·중 수요 의존도는 37.5%로 대만(5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통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해외 수요 특히 미·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제조업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제조업 없이는 경제 재도약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경쟁력 강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