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정부가 올여름 냉방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재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부담을 고려하면서도, 국민 부담과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은 조치로 해석된다.

23일 한국전력은 3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동일한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단기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연료비조정단가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해 ㎾h당 ±5원 범위 내에서 산정되는데, 현재는 이 범위의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당초 최근 석탄·LNG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한전 내부적으로는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6.4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와 연료비 미조정액 등을 고려해 2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실제로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면서 2021~2023년 3년간 누적 43조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적자는 여전히 30조9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205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이번 3분기에는 연료비조정요금 외에도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모두 손대지 않기로 하면서, 전기요금은 사실상 전체 항목이 동결된다. 이로써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9개 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서민 부담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계절적 특성상 요금 인상이 소비자 체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한전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향후 에너지 수송망 확충을 위한 막대한 투자도 예고됐다. 한전이 추진 중인 서해안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사업은 430㎞·190㎞ 두 구간에 걸쳐 총 7조9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의 요금 동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한전의 재무 건전성 회복과 에너지 인프라 확장에 대한 재정 부담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지가 중장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