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해석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지각의 균열, 존재의 재구성”
.“기능을 벗어난 형상, 생성 중인 사물”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Object in Transition#1_600x400x50mm_ copper brass_ 2025
[더파워 이강율 기자] -전통적 사물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조형적 사유의 탐색-
금속공예 작가 백한승이 2025년 8월 11일부터 8월 24일까지 갤러리자인제노에서 초대 기획전 《Object in Transition: 존재와 쓰임의 경계에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브제로서의 사물이 지닌 존재의 본질과 기능의 의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이의 미학을 탐구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백한승은 사물이 단순한 도구적 기능을 넘어, 존재 그 자체로 이행하는 과정을 금속이라는 물성 안에서 조형화한다. 전통적 가구, 액자, 선반 등 익숙한 형상은 그 쓰임을 상실하고, 낯설고 기이한 구조로 재편된다. 관람자는 이 불완전하고 모순된 조형물 앞에서 사물의 존재 조건을 다시 사유하게 된다.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Object in Transition#2_780x460x360mm_copper_brass_2025
대표작 《Object in Transition #1》은 고전 액자틀을 연상시키는 평면 구조로, 중심부는 오목하게 꺼져 있다. 이미지를 담아야 할 공간은 사라졌고, 프레임만이 조형적 서사로 남아 있다. 《#2》, 《#3》는 테이블, 찬장, 구조물의 파편처럼 보이지만 실용성과는 무관한 기울어진 형태를 통해 기능적 질서의 해체와 조형적 생성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들은 들뢰즈의 ‘생성(becoming)’,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전환’, 가다머의 ‘해석의 지평융합’과도 맞닿아 있다. 사물이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을 때, 그것은 오히려 관객의 해석과 지각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난다. 금속이라는 전통적 재료 안에 숨겨진 유연함과 감각적 잠재력을 끌어낸 백한승의 작업은, 미술과 공예, 철학과 조형이 만나는 접점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물에 내재한 의미를 다시 묻는 자리이자, 금속공예의 한계를 넘는 실험적 시도로서, 존재와 쓰임, 조형과 사유의 경계를 교차시킨다.
백한승 금속공예가는 현재 단국대학교 금속공예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금속이라는 물질적 언어를 바탕으로 조형과 감각, 해체와 생성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오고 있다.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Object in Transition#3_860x270x230mm_copper_brass_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