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로 9개월 만에 최저로 둔화했다. 통신요금 일시 인하가 물가를 끌어내렸지만, 폭염·집중호우 여파로 농축수산물은 크게 올랐다.
통계청은 2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16.4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해 1월부터 이어진 2%대 흐름이 5월(1.9%)에 이어 다시 1%대로 내려온 것이다.
물가 둔화에는 통신요금 하락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에 따른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8월 한 달간 2000만명 넘는 전체 가입자의 요금을 50% 감면하면서 휴대전화료가 전년 대비 21.0% 급락했다. 이에 공공서비스 요금은 3.6% 하락해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 낮췄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집중호우와 폭염 영향으로 4.8% 올라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고,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는 쌀 11.0%, 돼지고기 9.4%, 국산쇠고기 6.6%, 고등어 13.6%, 복숭아 28.5%, 달걀 8.0%, 찹쌀 45.6% 등이 크게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1.7% 올랐고, 석유류는 1.2% 하락했다. 전기·가스·수도는 0.3% 오르며 상품 전체는 2.1% 상승했다. 반년째 하락하던 신선식품지수는 2.1% 반등했고, 신선채소 0.9%, 신선과실 0.1%, 신선어개 8.0% 각각 상승했다.
체감물가 성격의 생활물가지수는 1.5% 올라 전달(2.5%)보다 크게 낮아졌다. 근원물가의 경우 OECD 기준(식료품·에너지 제외)은 1.3%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고,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흐름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김웅 부총재보, 이지호 조사국장,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이 참석했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는 통신요금 일시 할인으로 상승폭이 7월(2.1%) 대비 0.4%포인트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또 “농축수산물가격은 집중호우·폭염의 여파로 상승폭이 확대되었으나 일부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 일시 할인으로 휴대전화료(0.0%→-21.0%, 기여도 -0.6%포인트)가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김웅 부총재보는 “9월 물가상승률은 일시적 하락 요인이 사라지면서 2%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가격 상승에도 낮은 수요압력, 국제유가 안정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2% 내외의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