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통상 리스크와 고환율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투자계획’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8일 밝혔다.
조사에 응답한 110개사 가운데 59.1%는 내년 투자계획이 ‘미정(43.6%)’이거나 ‘계획 없음(15.5%)’이라고 답했다. 투자계획을 이미 수립했다는 응답은 40.9%에 그쳤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5.0%),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18.8%) 등을 꼽았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들 가운데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53.4%였고,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33.3%,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3.3%로 집계됐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배경으로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 인식(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을 들었다. 반대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은 미래산업 기회 선점과 경쟁력 확보(38.9%), 노후 설비 교체·개선(22.2%) 등을 이유로 제시해, 일부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관련 투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36.4%가 AI 투자계획을 이미 수립했다(12.7%)거나 검토 중이다(23.7%)라고 답했다. AI 투자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63.6%였다. AI 투자 목적은 생산·운영 효율화(공정 자동화, 물류 최적화, AI에이전트 등)가 55.1%로 가장 많았고, 경영 의사결정 고도화(데이터 분석, 수요예측, 리스크 관리 등)가 15.3%, AI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 및 품질 개선 등 제품·서비스 혁신이 12.7%로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절반이 넘는 기업이 AI를 제조공정과 관리 프로세스에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2026년 가장 큰 투자 리스크로 꼽은 요인은 관세 등 보호무역 확산 및 공급망 불안 심화(23.7%),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22.5%), 고환율(15.2%)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 시 애로 요인으로는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21.7%), 노동시장 규제·경직성(17.1%), 입지·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4.4%)가 주로 지적됐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세제지원·보조금 확대(27.3%), 내수경기 활성화(23.9%), 환율 안정(11.2%)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