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4학년·졸업(예정)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취업 기대는 낮은 채 형식적으로만 구직 활동을 하는 ‘소극적 구직’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0~11월 전국 4년제 대학 4학년 재학생과 졸업자(유예·예정 포함)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현재 구직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60.5%가 ‘소극적 구직자’로 분류됐다. 구체적으로 채용 공고만 둘러보고 경험 삼아 지원하는 ‘의례적 구직’이 32.2%로 가장 많았고,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이 21.5%, 당분간 ‘쉬고 있음’이 6.8%였다. 적극적으로 뛰지 못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기술·지식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고,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22.0%),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 부족’(16.2%), ‘적정 임금·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 부족’(13.6%) 등 일자리 부족을 지적한 응답도 절반이 넘는 51.8%에 달했다.
취업 환경에 대한 체감도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시장이 ‘작년보다 어렵다’고 답한 비중은 37.1%로,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어렵다’고 답한 비중(36.5%)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작년보다 좋다’는 응답은 5.1%로 전년(3.2%)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가장 낮았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일자리 부족’ 관련 응답이 50.1%로 가장 많았고, 세부적으로 ‘신입 채용 기회 감소’(26.9%), ‘원하는 근로조건을 갖춘 좋은 일자리 부족’(23.2%) 순이었다.
실제 구직 활동 강도도 높아졌지만, 문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구직 중인 응답자들은 올해 평균 13.4회 입사 지원서를 냈고, 이 가운데 평균 2.6회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지난해 조사(평균 지원 6.3회·합격 1.4회)와 비교하면 지원 횟수는 배 이상 늘었지만, 서류 합격률은 22.2%에서 19.4%로 2.8%포인트 낮아졌다. 입사지원 횟수는 1~5회(40.7%), 6~10회(15.8%), 21~25회(12.0%) 순으로 분포했고, 서류 합격 횟수는 1회(25.4%), ‘모두 불합격’(19.1%), 2회(16.3%) 순이었다.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62.6%는 취업 준비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 가운데 32.5%는 ‘1년 이상’(1~2년 31.7%, 2년 이상 0.8%)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5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서도 청년(20~34세) 미취업자 중 1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 비중은 55.2%로, 3년 전인 2022년(53.2%)보다 2.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로는 ‘규제 완화 등 기업 고용 여건 개선’(29.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진로지도 강화·현장실습 지원 확대 등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18.1%), ‘AI·빅데이터 등 신산업·신기술 분야 직업훈련 기회 확대’(14.9%)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환율·고물가, 통상질서 재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노동시장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규제 완화와 세제·투자 지원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한편, 정년 연장 등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 추진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