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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단일 유전자 아닌 ‘유전자 쌍 변이’가 새 단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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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단일 유전자 아닌 ‘유전자 쌍 변이’가 새 단서 됐다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5-11 10:10

분당서울대병원·고려대 공동연구팀, 5만9168건 유전체 분석…뇌 발달 관련 세포골격 경로 확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 이혜지 연구원(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 이혜지 연구원(왼쪽부터)
[더파워 이설아 기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병 과정에서 단일 유전자 변이가 아니라 특정 유전자 쌍의 동시 변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와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 공동연구팀이 단독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은 유전자 변이라도 두 유전자에 함께 나타날 경우 자폐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제한적·반복적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질환이다.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연구는 주로 단일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방식에 집중해 영향력이 작은 희귀 변이의 역할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전자 쌍 변이’에 주목했다. 단독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은 희귀 변이라도 특정 두 유전자에 함께 존재하면 자폐와의 연관성이 커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한국인 자폐 가족을 포함한 동아시아계와 유럽계 총 5만9168건의 다민족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자폐와 연관성이 뚜렷한 유전자 쌍이 동아시아계에서 6쌍, 유럽계에서 156쌍 확인됐다. 연구팀은 두 유전자가 함께 변이될 때 자폐 연관성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패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발굴된 유전자 쌍은 공통적으로 세포골격 형성과 관련이 있었다. 세포골격은 신경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세포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물로, 뇌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쌍 변이가 세포골격 경로를 손상시키고, 이 과정이 자폐 발병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발굴된 유전자 쌍이 실제 세포 수준에서도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려대 의과대학 선웅 교수팀과 공동 실험을 진행했다. 세포실험 결과 유전자 하나의 기능만 억제했을 때는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두 유전자의 기능을 모두 억제하자 세포 표면의 섬모 형성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섬모는 세포가 주변 환경의 신호를 감지하는 구조물로 정상적인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두 유전자 변이가 단순한 합산 효과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을 세포 수준에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해당 유전자 쌍 변이를 가진 남성 자폐 환자에서는 자폐 증상의 심각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지만, 여성 환자에서는 같은 유전자 쌍 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증상 심각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같은 유전 변이라도 성별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발견은 자폐 진단과 지원에서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는 자폐의 맞춤형 진단 전략과 예측 모델 개발에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용 고려대 교수는 “개별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아 기존 분석에서 놓쳤던 유전 변이들이 특정 조합으로 함께 나타날 때 자폐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접근법은 자폐뿐 아니라 다른 신경발달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는 데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간하는 유전체 생물학 분야 학술지 ‘Genome Biology’에 게재됐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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