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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위험, 메뉴보다 식사 리듬이 갈랐다…불규칙 식사 1.55배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5-26 11:20

서울성모병원, 한국 성인 2만1568명 분석…아침·규칙성·식단 다양성 중요성 제시

(좌측부터) :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평생건강증진센터 태혜진 교수
(좌측부터) :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평생건강증진센터 태혜진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우울 증상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평생건강증진센터 태혜진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연구팀이 한국 성인 2만1568명을 분석해 식사 패턴과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정신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2014~2022년 자료를 활용해 한국 성인의 식사 빈도, 아침 결식 여부, 식단 다양성과 우울 증상 간 관계를 분석했다.

우울 증상은 환자건강설문지(PHQ-9)를 이용해 평가했다. 연구팀은 소득,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운동, 기저질환 등 다양한 영향을 보정한 뒤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주요 식사가 불규칙한 성인은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성인보다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약 1.55배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5.2%인 1131명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이들 집단에서는 불규칙한 식사 빈도와 아침 결식 비율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불규칙한 식사의 영향을 줄이거나 키우는 요인도 함께 살폈다. 곡류, 채소, 과일, 육류, 두류·견과류, 유제품 등 6개 식품군 섭취 여부를 바탕으로 식사 다양성을 평가한 결과, 다양한 식품군을 고르게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불규칙한 식사가 우울 증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대로 식사 다양성이 낮은 집단에서는 불규칙한 식사와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아침 식사도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아침을 자주 거르는 사람은 불규칙한 식사와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아침을 거르지 않는 경우에도 불규칙한 식사에 따른 위험은 남아 있었지만, 그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아침 식사가 하루 대사 리듬과 세로토닌, 코르티솔 분비 안정에 관여해 정서 조절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과 생활습관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 흡연자, 야식 습관이 있는 성인에서는 불규칙한 식사가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들 집단에 대해 보다 집중적인 식생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식사 시간이 장내 미생물과 일주기 리듬, 장-뇌축, 신경염증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기존 생물학적 기전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팀은 향후 ‘무엇을 먹는가’와 함께 ‘언제 먹는가’를 다루는 시간영양학 기반 정신건강 중재 연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정신건강 문제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8%, 약 2억8000만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한 연간 생산성 손실은 약 1조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태혜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우울증 예방에 있어 무엇을 먹느냐는 물론,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표성 있는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 아침 결식 예방, 다양한 식품군 섭취라는 세 가지 원칙은 약물 치료 없이도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우울증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 증상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면, 활동, 식사처럼 일상의 리듬 전반과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식사 습관 교정이라는 작은 요소가 정신건강 관리의 보조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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