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 'AI 인사평가' 안착 주도
부산시 유일무이 직급별 중앙부처 경험
만성 적자 상수도에 뉴욕식 '데이터 행정' 이식
김병기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AI,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누수를 잡고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사진=김지윤 기자)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김지윤 기자] 관료사회를 비판할 때 흔히 쓰이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식상한 표현은 작금의 부산시 인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부의 회전문 인사가 고착화되면서 시야가 좁아진 탓이다. 실제로 현재 부산시 2, 3급 고위 간부 26명 중 기획재정부 등 직급별 중앙부처 파견 근무를 경험한 인사는 김병기 상수도사업본부장이 유일무이하다.
행정고시(지방고시 2회) 출신인 그는 30년에 달하는 공직 생활 중 3분의 1을 중앙부처에서 보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과장 시절 세월호 특조위 예산 편성과 300여 명의 희생자 배·보상을 신속히 완료했고, 주싱가포르대사관 영사 시절에는 제미니호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사건 협상을 지원해 선원 구출에 기여하며 외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비트코인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해하던 2017년 무렵부터 이미 블록체인과 스마트시티의 융합을 설파했다. 그는 뜬구름 잡는 기술 예찬이나 주식 시장의 맹목적 투기 열풍과 달리, AI와 빅데이터라는 무기를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수도본부에 직접 이식하며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실용주의로 상수도본부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뉴욕시처럼… 데이터가 상수도 만성 적자 해결의 열쇠"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보수적인 상수도 행정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전면 도입한 것이다. 부산시는 지형적 특성상 가압 설비 등에 많은 전기가 소모되고 낙동강 원수 정수 비용이 높아 상수도 생산원가가 요금보다 높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안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 문제를 단순 요금 인상으로만 덮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2002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화재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취약 건물에 소방력을 집중시킴으로써 화재를 반으로 줄인 데이터 행정 사례를 상수도에 접목했다. 관망 체계를 대·중·소블록으로 구역화해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누수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시스템을 고도화한 것이다.
나아가 현실의 상수도 관망과 똑같은 가상의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구축도 선제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 본부장은 “누수 관련 데이터를 폭넓게 모으고 연관성을 파악한다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운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어 요금을 적게 받아도 적자가 나지 않는 경영 합리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겉치레 MOU 비판하고 사이비 업자 퇴출… 철저한 "실용주의 행정" 그의 행정 철학은 철저히 ‘데이터’와 ‘실용’에 맞춰져 있다. 해양농수산국장 재직 시 전국 최초로 지역 스타트업과 미국 NASA의 업무협력을 이끌어 초소형 해양 위성 시대를 열고, 10년을 끌어온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문제의 국비 665억 원 확보를 관철한 것도 그의 치밀한 기획력 덕분이다.
반면, 실체나 법적 구속력이 부족한 보여주기식 MOU(업무협약) 위주의 행정은 강하게 비판한다. 화려한 서명식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는 지론이다. 현장에서도 그의 깐깐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상수도본부에 이른바 '녹조 제거 신기술'을 가졌다고 찾아오는 20여 팀의 사기성 업자들을 향해, "흐르는 낙동강 물에 그 기술이 적용 가능하냐"며 과학적 맹점을 찔러 단호히 퇴출시킨 일화가 대표적이다.
지자체 최초 'AI 인사평가' 도입… R&D와 성과 중심의 공직 사회 체질 개선 김 본부장의 혁신은 단편적인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대중이 비트코인조차 생소해하던 2017년 무렵 이미 블록체인과 스마트시티의 결합을 설파했던 기술적 선구안은 현재 조직 혁신에 적용되고 있다.
이제 부산은 전재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정의 출범을 맞이하고 있다. 화려한 구호나 깊은 우물 안의 회전문 인사를 넘어, 당장의 재정 효율화와 실용주의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중앙부처에서 국가적 현안을 다뤄본 폭넓은 시야와 4차 산업 첨단 기술을 행정에 과감히 접목해 온 김 본부장의 리더십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김병기 본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기식 행정을 비판하고 데이터 기반의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사진=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