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화·지능화되면서 단순 조직 운영자뿐 아니라 현금 전달책과 계좌 모집책, 물품 수거책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까지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나 고수익 일자리로 알고 일을 시작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경찰의 연락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사건에 연루됐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가담 경위와 역할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경찰은 단순히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조직과 어떤 방식으로 연락했는지,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동일한 일을 반복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휴대전화 포렌식과 메신저 대화, 계좌 거래내역, CCTV, 이동 동선 등을 함께 분석해 피의자의 역할과 가담 정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무에서는 "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다",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주장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업무 내용과 보수 수준, 연락 방식, 지시 내용, 전달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범행에 대한 인식 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용되는 혐의 역시 사건마다 다를 수 있다.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타인 명의 계좌를 모집하거나 제공한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범행 규모와 피해액,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역할을 세분화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달책이라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범행에 참여했거나 범죄수익을 관리한 정황이 확인되면 사건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반대로 범행을 인식하지 못한 경위와 실제 역할, 범행 구조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경찰조사를 앞두고 메신저 대화나 계좌 내역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관계자와 진술을 맞추려는 행동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자신의 실제 역할과 경위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 단계에서 형성된 진술과 증거는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단순히 연락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사건이 아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역할, 인식 여부, 객관적인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경찰 수사 절차와 형사사건을 함께 이해하는 형사전문 변호사와 대응 방향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